[리퍼트 美 대사 테러] 美 “가장 안전하다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충격

입력 2015-03-06 02:57
미국 CNN방송이 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주최 초청 강연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피습당한 소식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CNN 화면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괴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격에 휩싸였다. 미국 국무부는 사건 발생 직후 주한 미국대사관 등 현지 공관을 통해 사건 경위와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파악한 뒤 1시간여 만에 논평을 내놨다. 국무부는 “우리는 리퍼트 대사가 한국시각으로 5일 오전, 강연 도중 피격당한 사실을 확인한다”며 “우리는 이 같은 폭력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건은 몰상식한 공격(senseless attack)”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케리 장관은 이어 “리퍼트 대사를 돌봐주고 쾌유를 기원해주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케리 장관은 리퍼트 대사와 가진 통화에서도 피습 사건을 ‘몰상식한 공격’ 이라고 비판하면서 위로를 전했다고 미 NBC방송이 보도했다.

백악관은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국무부가 발표한 리퍼트 대사 관련 성명을 다시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CNN방송에 출연 중이던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속보를 접하고 “현재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사관 직원들은 국무부와 긴급 채널을 유지하며 현 상황을 평가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과 입장을 미국 측에 설명하느라 새벽까지 분주했다. 방미 중인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경악할 일”이라며 “우리나라가 비교적 테러에 안전한 나라였는데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의장은 “리퍼트 대사가 (취임 이후) 국회의장실로 예방을 왔었기 때문에 만난 적이 있다”며 “아주 젊고 활달하고 기대가 컸는데 마음의 상처, 특히 가족들이 받을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클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한 워싱턴 소식통은 “리퍼트 대사의 생명에는 위험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미국인들은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테러 행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당국자들이 한국 정부의 입장이나 사회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해가 없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에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반 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리퍼트 대사 가족에게 깊은 위로의 뜻을 전한다”면서 “아울러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회복을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의 관계 당국이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고, 외교관과 외교시설에 대한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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