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0.5%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디플레 위험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지표인 국제통화기금(IMF)의 ‘디플레이션 취약성 지수’를 분석한 결과 한국 경제의 디플레 위험도는 ‘보통’인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지수 추이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직전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플레는 물가 수준이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아니라 일정 기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IMF는 단순히 물가뿐 아니라 생산, 자산시장, 외환시장, 민간신용, 통화량 등 6개 부문의 11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디플레 취약성을 분석한다. 항목마다 0∼1점을 부여하고 평균 점수가 0.2 미만이면 취약성이 ‘매우 낮음’, 0.2∼0.3이면 ‘낮음’, 0.3∼0.5면 ‘보통’, 0.5를 넘으면 ‘높음’으로 본다.
5일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연구위원이 한국 경제를 IMF 기준에 따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분기 디플레 취약성 지수는 보통 수준인 0.385로 나타났다. 일부 통계치가 아직 나오지 않아 3분기 이후는 분석하지 못했다. 변 연구위원은 “지난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1.7%였으나 지금은 0%대로 내려앉았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취약성 지수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그 외 변수들은 변동 폭이 크지 않아 현재도 취약성 지수가 ‘보통’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디플레 취약성 지수의 추이만큼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 지수는 2013년 2분기에 0.154를 기록한 후 계속 상승해 같은 해 4분기에 이미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변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의 지수 상승세가 일본의 디플레 직전인 1991∼1992년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1994년부터 디플레 취약성 지수가 급격히 올라갔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1.13%)이 일본(2.7%)보다 낮아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에 못 미친 것은 ‘오일쇼크’가 있던 1973년 이래 처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생산자물가 등의 추이가 1990년대 초반 일본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며 “적극적인 통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기획] 작년 물가 1.3%… 41년만에 일본보다 낮아 “디플레 위험… 日 잃어버린 20년 직전과 유사”
입력 2015-03-06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