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 헌법소원 제기는 법 취지 살리자는 것

입력 2015-03-06 02:34
위헌 논란이 일었던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이 제정 이틀 만에 헌법재판소 심판대에 올랐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위헌 요소가 담긴 채 시행되는 것을 묵과할 수 없다며 5일 김영란법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냈기 때문이다. 법률 공포도 되기 전에 헌법소원이 제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국회가 원안을 변질시키는 꼼수를 부리면서 얼마나 졸속으로 입법했는지를 확연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입법권 남용에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국민들은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대한변협도 김영란법이 공직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를 척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법치주의를 실현해야 할 법률가 단체로서 위헌 요소 문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한다. 변협은 청구서에서 크게 세 가지 부분을 지적했다. 첫째 민간 언론사 종사자를 포함시킨 것, 둘째 부정청탁 개념이 모호한 것, 셋째 배우자의 금품수수 시 신고 의무를 부과한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변협은 규제 대상에 언론사를 포함시킨 제2조가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언론과 취재원의 통상적 접촉이 제한되고 공권력에 의한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공직자 범위에 성격이 전혀 다른 언론을 포함시킨 건 평등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부정청탁 개념을 규정한 5조는 어떤 행위가 부정청탁에 해당되는지 판단하기 어려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또 금품을 받은 배우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형사처벌토록 한 9·22·23조는 양심의 자유와 형벌의 자기책임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언론에서도 예견했던 이런 위헌 요소들을 걸러내야 법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도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보완입법을 촉구할 정도다. 정치권은 헌재의 판단을 기다릴 생각을 말고 당장 재입법 또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유보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부분도 포함시켜야 한다. 문제점을 알았으면 하루라도 빨리 수술대에 올리는 게 마땅하다.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회에 재의를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