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남편들의 안전 우리가 챙기겠습니다.”
현대중공업 직원 부인들이 현장에서 근무하는 남편과 근로자들의 안전을 직접 챙기는 도우미로 활약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5일 오후 앞치마 대신 노란 안전조끼를 입고 안전화를 신은 여성 4명이 현대중공업 엔진공장 현장을 누비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지난 1월 5일부터 현장 안전도우미 로 채용된 계약 사우들이다. 안전도우미는 직원들이 가족을 떠올리며 안전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는 엔진사업부 대표이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서류와 면접으로 치르는 5대 1의 경쟁률을 통과해 뽑힌 도우미는 김차순(42) 박미화(48) 김희연(34) 전채영(36)씨 등 4명이다. 이들은 매일 오후 1∼5시까지 1년 동안 현대중공업 엔진기계 생산현장의 안전을 맡는다.
전채영 사우는 “이곳에서 작업하는 사우들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남편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많은 안전사고가 잠깐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사소한 부분까지 더욱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엔진공장을 오가며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근로자들에게 안전수칙의 습관화를 당부하고 있다. 또 작업장 정리정돈을 돕는 등 안전한 일터 만들기에 앞장설 예정이다.
회사 자체적으로 안전부가 있어 안전과 관련된 일을 돌보고 있지만 안전도우미들은 아줌마 특유의 친화력으로 기존의 딱딱한 이미지보다 좀더 부드럽게 감성적으로 안전을 실현하며 새로운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안전도우미의 활약과 회사의 안전 캠페인 덕분에 엔진공장의 안전사고 발생 건수가 지난해 1∼2월 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건으로 크게 줄었다.
또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현장에서 쉽게 들리던 거친 언어도 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전도우미 맏언니인 박미화 사우는 “남편이 30년 넘게 이렇게 힘든 곳에서 일해 왔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며 “이 일을 시작한 이후에 남편에게 더 잘해 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직원 부인 안전도우미들은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시각에서 현장 안전을 챙기고 있어 그동안 쉽게 생각한 행동도 다시 보게 된다”며 “현장 분위기도 상당히 부드러워졌으며, 반응이 좋은 만큼 내년에는 사업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남편 안전 우리가” 작업장 누비는 부인들… 현대重 안전도우미 눈길
입력 2015-03-06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