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결제계좌 허용 싸고 로비戰 활활

입력 2015-03-06 02:05
보험사에 고객 결제계좌를 허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보험사와 은행 간 ‘로비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 편의 차원에서 업권 간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은행들은 재벌 보험사들이 덩치를 더 키울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장 10여명은 보험사 지급결제 허용 문제와 관련해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반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보험사 사장 9명도 정무위원장과 회동하는 등 고위층이 대국회 로비전을 주도하고 있다.

보험사와 은행권의 이 같은 갈등은 정부가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08년에도 정부가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 문제를 적극 검토했으나 은행권의 반대로 입법이 계속 연기됐고, 2012년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유야무야됐다.

보험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는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험사 계좌에서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 인터넷뱅킹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은행권은 특히 삼성생명을 경계한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말 자산은 214조원으로 하나은행(194조원)이나 외환은행(142조원)보다 많다. 지난해 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신한은행(1조5000억원)을 제외한 모든 은행에 앞섰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결제 기능까지 보험사가 가져가면 ‘삼성은행’이 탄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은행권의 이런 시각을 ‘밥그릇 챙기기’라고 일축한다. 한해 보험사가 은행에 지급하는 보험료 자동이체 수수료만 1600억원에 달하는 등 그동안 유지해온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게 은행권의 속내 아니냐는 얘기다.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에도 지급결제가 허용됐는데 보험사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