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아침 서울 중심가의 공식 행사장에서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에 대한 테러는 뒤틀리고 시대에 뒤떨어진 이념과 극단주의가 결합된 야만적인 범죄 행위다. 문화운동 단체를 표방했지만 반일·반미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국민협의회 주최 조찬 강연회에서 리퍼트 대사의 얼굴과 손목을 25㎝짜리 칼로 찔렀다. 범행 전후에 유인물을 뿌리고 ‘전쟁훈련 중단’을 외쳤으며, 10일 전부터 계획했었다고 말한 것을 보면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한 정황이 뚜렷하다. 김씨는 이전에도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조각을 던져 실형을 받은 적이 있고, 여덟 번 방북하는 등 반일·반미 활동에 주력해온 386운동권 출신 인물이다.
그의 야만적 테러는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미명으로 포장된 채 이뤄지는 반미·반체제 활동의 일부가 극단적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점차 고립돼가는 종북 활동이 비뚤어진 민족주의나 편협한 국수주의와 결합돼 테러리즘으로 진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념과 극단주의가 결합하면 결국 폭력으로 치닫게 된다. 서구사회에서 종종 일어나는 자생적 테러리즘이라는 독버섯이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경찰이 수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테러를 방조한 인물이나 조직이 있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테러리즘을 추구하는 배후가 있다면 발본색원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한·미 관계를 잘 관리해야겠다. 한낱 종북주의자의 돌출적 범죄라 하더라도 한·미·중·일 관계 등 동북아 정세가 미묘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는 이 사건이 본질과는 별도로 엉뚱하게 번질 수 있다. 북한이나 국내 종북·반체제 세력들이 교묘히 악용할 수도 있는 소재다. 미국은 자국민에 대한 테러를 미국 자체에 대한 테러로 간주한다. 그런데 동맹국에서 더구나 미국을 대표하는 대사에게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데 대해 미국 정부와 시민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김씨의 범행은 결국 그가 속한 사회와 우리 자신을 겨냥한 것이며, 우리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CNN이 특보를 내보내고 AP 등 미국 언론들도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것이며, 한국에 대해 비우호적 여론이 조성될 우려도 있다. 이 사태를 해결해나가는 한국정부의 모습은 그래서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양국이 서로 오해가 없도록 한·미의 공식 외교 채널로 충분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정치권은 행여 정파적 시각에서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관련 부처들은 사전 조율을 통해 차분히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양국은 동맹국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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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 미국대사 테러 대체 누구를 겨냥한 것인가
입력 2015-03-06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