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광석 거리’ 이어 광주에 ‘김정호 거리’ 만든다… 수창초교 부근 1.3㎞ 구간

입력 2015-03-06 02:47

버들잎 따다가 연못위에 띄워놓고/쓸쓸히 바라보는 이름모를 소녀/밤 깊어 가고/산새들은 잠들어/아무도 찾지 않는 조그만 연못 속에…. (김정호 ‘이름모를 소녀’ 중에서)

광주광역시에 33세로 요절한 천재가수 김정호(사진)를 추모하는 특화거리가 조성된다. 광주시는 침체된 옛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김정호가 다녔던 수창초교 후문에서 롯데백화점 건너편까지 1.3㎞ 구간에 ‘김정호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올해는 음악혼을 불사르던 김정호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본명이 조용호인 김정호는 여수경찰서장을 지낸 부친 조재영씨와 국악인이던 모친 박숙자씨의 2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김정호는 아버지를 따라 이사 갈 때까지 광주 금남로와 광주천을 뛰어다니며 어린시절을 보냈다. 광주 북동성당 뒤편에는 김정호의 생가가 지금도 보존돼 있다. 서편제의 거목이자 창작 판소리의 창시자로 꼽히는 월북 소리꾼 박동실 선생이 그의 외할아버지다. 외가로부터 음악적 재능을 물려받은 김정호는 1973년 ‘이름 모를 소녀’를 불러 스타덤에 올랐다. 작곡 실력도 천부적이어서 1985년 11월 결핵이 악화돼 경기도 고양 기독교공원묘지에 안장될 때까지 가수 어니언스가 부른 ‘사랑의 진실’ ‘작은 새’ 등 주옥같은 50여곡을 남겼다. 꽹과리 등 국악리듬에 신시사이저를 접목한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2011년 대구시가 가수 김광석이 태어난 방천시장 부근 둑길 350m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만든 것을 벤치마킹해 김정호 거리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