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같은 날 지명된 장관 후보 4명 모두 위장전입자라니

입력 2015-03-06 02:34
위장전입은 명백한 불법 행위다. 현행 주민등록법은 위장전입이 드러날 경우 3년 이하 징역, 혹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나 자녀의 타 지역 진학에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다. 그런데 2·17 개각 때 지명된 장관(급) 후보자 4명 전원이 과거 위장전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용표 통일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그들이다.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이후 위장전입은 병역기피, 세금탈루와 함께 고위 공직 후보자의 ‘필수 요건’이라는 비아냥거리가 됐다. 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장관 후보자 모두 주민등록법 위반자라니 해도 너무하다. 사전 인사검증을 담당한 청와대가 몰랐다면 무능이요, 알고도 지명했다면 도덕불감증이다. 청와대는 위장전입을 했던 공직 후보자들이 대부분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던 최근의 예에 비춰 별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여당 지도부도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눈치다.

이런 생각이 문제다. 4명 후보자는 민간인도 아니고 현직 국회의원이거나 청와대 비서관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공직사회에 주민등록법 위반자가 부지기수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공직사회의 잘못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곧 있을 인사청문회에서 이들의 위장전입 경위를 엄정하게 따져야겠다.

후보자들은 “이유 불문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 숙일 게 뻔하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낮은 자세만 취하면 넘어간다는 것이 공식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4명 중 2명은 현직 국회의원이니 무사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입법을 책임진 국회가 이처럼 유야무야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불법 행위조차 눈감아 주는 인사청문회 제도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