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통일 문제를 국제적으로 부각시킨 일본 ‘도잔소 회의’ 개최를 주도한 세계 에큐메니컬(교회일치연합)계의 원로 나이난 코시(인도·사진) 박사가 4일(현지시간) 인도 케랄라주 티루바난타푸람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1세.
코시 박사는 인도 아그라의 세인트존스대와 웨스트 벵갈에 있는 세람포르대(철학박사) 등을 졸업한 뒤 대학교수와 외교전문가, 정치사상가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코시 박사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년간 세계교회협의회(WCC) 국제위원장을 지내면서 아시아 및 세계 교회의 평화·화해와 연합·일치를 위해 헌신했다.
특히 1984년 10월 일본 시즈오카현에 있는 YMCA수양관 ‘도잔소(東山莊)’에서 열린 ‘동북아 평화·정의에 관한 국제회의’(도잔소 회의)는 당시 WCC 국제위원장이었던 코시 박사의 주도로 성사됐다. 북한교회 대표들은 참석하지 못했지만 한반도 평화 통일을 위해 한국교회와 해외교회가 본격적으로 머리를 맞댄 역사적인 모임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시 박사는 도잔소 회의를 계기로 이듬해 WCC 사상 처음 방북했다. 이어 북한교회가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독인협의회(글리온 회의)’를 성사시키면서 세계교회 및 남·북한 교회간 교류의 장을 여는 데 기여했다. 2013년에는 제주에서 열린 ‘생명을 위한 평화’ 국제포럼에도 참석하는 등 최근까지도 현장을 누볐다.
2005년 코시 박사는 두 권짜리 ‘아시아 에큐메니컬 운동사’를 펴냈다. 코시 박사의 오랜 지인인 안재웅 전 YMCA 이사장은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에큐메니컬 운동사를 정리한 책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그는 고 오재식·강문규 박사를 비롯해 박상증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용복 아시아태평양생명학연구원 원장 등 국내 에큐메니컬 원로들과도 친분이 두터운 지한파이기도 했다. 안 전 이사장은 “코시 박사는 기독학생운동을 시작으로 에큐메니컬 운동에 뛰어든 국제문제 전문가”라며 “세계 에큐메니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남북교회 교류 ‘도잔소 회의’ 주도 인도 코시 박사 별세
입력 2015-03-06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