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노재경] 교사가 웃고 춤추게 하라

입력 2015-03-06 02:56

어느 교회에서 장로님을 세우는 투표를 했다. 성품도 훌륭하고 헌신적인 분들이 선출됐다. 그런데 주일학교 교사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20년 넘게 교사로 수고하신 분들도 장로로 선출되지 않았다.

담임목사가 원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선출된 많은 분들의 수고와 헌신이 성도들에게 노출된 데 비해 주일학교 교사들의 헌신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것이다. 교사들은 주일 아침 일찍 교회에 와 먼저 예배를 드린 후 하루 종일 학생들과 함께 보낸다. 교회를 위해 많은 시간과 물질을 쓰고 있지만 성도들이 잘 몰랐던 것이다. 교회가 내린 처방은 간단했다. 임직자를 세울 때 무작위 투표 선출 방식에서 헌신도에 따른 점수제로 바꾼 것이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고 한다. 지혜로운 방법 중의 하나다.

지금 교회 안에선 교사가 ‘3D 업종’처럼 여겨지고 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질이 미래 교회의 질을 좌우한다는 뜻이다. 최근 주일학교와 관련된 통계자료를 봤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게 된 동기를 보았더니 ‘사명감’이 35.7%로 가장 많았고, ‘주변 사람들의 권유’ 30.2%, ‘어린이가 사랑스러워서’ 19.8%, ‘광고에 끌려’가 10.3%였다. 또 교사로 봉사한 기간을 보면 6년 이상이 32.8%, 5년 이하 13.0%, 4년 이하 7.6%, 3년 이하 9.2%, 2년 이하 19.8%, 1년 이하는 17.9%였다. 구조가 호리병 모양으로 중간층이 굉장히 취약한 상태였다.

그런데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앞으로 계속 교사로 봉사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4년 이상 봉사할 사람’ 31.6%, ‘1년만 하고 그만둘 사람’ 28.1%, ‘2년만 하고 그만둘 사람’은 26.3%로 나타났다. 교사의 3분의 2 정도가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양질의 교회교육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희망도 발견했다. 그것은 교사의 헌신도와 직무 만족도의 상관성 연구에서 헌신도가 높을수록 직무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위해 더 기도하고 애쓰며 시간과 물질을 투입한 교사일수록 더 행복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교회교육의 희망이며 교회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주일학교 살리기 운동이 다들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교사 살리기 운동’부터 일어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란 무엇인가. 교사의 원형은 예수님이다. 교사는 이야기로만 ‘믿음 소망 사랑’을 엮어가는 담론꾼이 아니다. 말로만 인류와 민족, 이웃을 외치는 선동가가 아니다. 단번에 세상을 뒤엎으려는 공상에 빠진 혁명가도 아니다.

참된 교사는 자기 앞에 있는 귀한 영혼과 ‘지금’ ‘여기’에서 생명, 시간, 말씀과 삶을 나누기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비록 십자가의 죽음이 있을지라도 자신의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세상의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믿는 지극히 이상주의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교사가 서 있는 땅은 ‘미래의 땅’인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는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진심으로 그러기 원한다면 교사들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교회 성장과 개혁, 변화의 입구에 서 있는 미래의 일꾼들이기 때문이다. 헌신할수록 더욱 기뻐하는 교사들이야말로 교회의 참된 자산이다. 모든 교회에서 이런 규정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20년 이상 교사로 봉사한 성도는 자동적으로 장로에 취임한다.’

노재경 목사 (예장합동 총회교육진흥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