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수 목사의 남자 리뉴얼] 아버지답게 살고 싶다면 함께해라

입력 2015-03-07 02:35

한번쯤 봐왔음직한 부부싸움 장면을 소개하고자 한다. 한 남자는 부부싸움 도중 홧김에 아내에게 “평생 벌어 먹였는데 고마운 줄 모르고 무슨 소리야” 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아내도 지지 않고 맞대응했다. “내가 바깥일 했으면 당신보다 더 잘 벌었을걸. 그동안 나한테 해준 게 뭐 있다고 그렇게 잘났다고 대드는데?” 결국 남편은 아내가 거세게 따지는 통에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존경받는 남편과 아버지는 이제 전설의 고향이 된 것일까?

남자들은 자기가 사는 집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투덜댄다. 말도 붙여주지 않는 자녀들과 사람 취급 잘 안 해주는 아내란다. 아이들 앞에서 아버지로서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하면 아이들은 공부해야 한다며 동의도 없이 일어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아내와 대화하려고 마주 앉으면 이런저런 불평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집안을 이곳저곳 살펴봐도 자신이 편안하게 머물러 앉아 쉴 곳이 마땅치 않다. 자신을 무시하는 가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섭섭한 마음만 가득하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노력했는데….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직장생활을 했는지 후회스럽다는 생각이 들어 허탈하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우리의 아버지는 위대하고 전능했다. 아버지는 집안의 ‘절대자’였다.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한 판단은 아버지 몫이었다. 자녀들 사이에 갈등이 있을 때에도 아버지의 기침 소리 하나면 상황이 정리되었다. 그분은 하늘이었고 가정의 법이었다. 아버지의 결정에 대해 누구도 토를 다는 법이 없었다. 아버지는 성스러운 하나님과도 같았고 과묵한 두목이었고 근엄한 선생님이었다. 한집에 있으면 어색한 ‘옆집 아저씨’이기도 했다.

아버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우리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하는데 왜 우리는 아버지처럼 존경받지 못하는 것일까? 농경시대를 살았던 우리 세대 아버지는 우리보다 더 바쁘셨다. 농사를 짓던 아버지들은 해가 뜨자마자 들판으로 나가 계셨다. 농경시대 아버지의 일상은 자녀들에게 공개되어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분주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으로 가득 차 있는지 현장에서 자녀들도 함께 경험했기 때문에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성실은 자녀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데 현대 가정의 자녀들은 아버지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직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일로 힘들어하는지 보았거나 동참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는 일의 노예가 되었고, 자녀들은 공부의 노예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힘들게 되고 분주하기만 한 가족은 서로 사랑을 표현할 기회마저 상실하고 만다. 쉬는 날 같은 공간에 있으면 어색한 감정이 반가운 감정보다 더 크다.

가족과 소통하는 아버지가 되려면 우리의 아버지처럼 근엄한 통치자가 아닌 친절하고 배려할 줄 아는 좋은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브라함은 아들 이삭과의 엄청난 세대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함께하는 데 있었다. 아브라함은 100살이나 차이 나는 아들과 함께하면서 자신이 만난 하나님과 갈대아 우르에서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나누고 또 나눴을 것이다. 아들 이삭과 모리아 산까지 걸어가는 사흘 동안 아브라함은 신실하신 하나님에 대해 아들과 나눴을 것이다. 아버지를 신뢰하고 존경하는 이삭은 아버지의 이상한 행동에 순종하였고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을 경험한다. 우리가 분주함에서 빠져나와 자녀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자녀들에게 물려줄 것이 없다. 믿음에 대해선 더욱 그러하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왕이고 제사장이고 선지자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는 자기 뜻대로 자신의 만족을 채워가는 폭군과 같은 왕이 아니라 가족의 마음을 헤아려 사랑으로 섬기는 좋은 왕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이 세대를 본받지 않은 신실한 주의 백성으로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돕고 섬기는 제사장이 되어야 한다. 또한 가족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말씀대로 이끌어가는 선지자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로 사는 우리는 매일 매일 자녀들에게 바쁘다고 말한다. 바쁘다는 말로 합리화하고 자녀들과 아무것도 함께하지 않는다. 내 자녀가 믿음의 자녀로 성장하길 원하는가? 서둘러 자녀들과 함께 믿음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경험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의수 목사(사랑의교회 사랑패밀리센터·남성사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