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펀치 신고… 강정호, 토론토와 시범경기 홈런포

입력 2015-03-05 02:22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네딘의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초 상대 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로부터 첫 홈런을 뽑아내고 있다. AFP연합뉴스
강정호가 홈런을 치고 홈으로 들어오면서 피츠버그 특유의 졸탄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스포츠조선 제공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강정호(28)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시즌 첫 시범경기에서 한국 토종 거포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강정호는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더네딘의 플로리다 오토 익스체인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시범경기에서 6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6회말 교체될 때까지 3타석 2타수 1안타 1홈런 1볼넷 1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3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토론토의 세 번째 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두 번째 공을 받아쳐 우중월 홈런을 뽑아냈다. 시범경기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이다. 홈에서 가운데 펜스까지 거리인 122m를 넘긴 125m의 대형 홈런이었다.

이날 한방으로 ‘거포 유격수’ 강정호는 자신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회의적인 시선을 상당 부분 잠재우게 됐다. 운 좋게 타이밍에 걸린 홈런이 아니라 힘과 기술이 모두 갖춰져야 나올 수 있는 ‘밀어 친 홈런’이기 때문이다.

강정호가 지난해 국내에서 40홈런을 기록했지만 현지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에서는 미국보다 수준이 낮은 한국이어서 가능했다고 여기는 분위기였다. 앞서 상당수 일본 내야수들도 미국 진출 이후 장타력이 떨어진 바 있다.

MLB닷컴은 “강정호가 자신의 힘을 증명하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무척 인상적인 홈런이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강정호의 타격 폼을 둘러싼 우려도 잠잠해질 전망이다. 투수를 향해 왼발을 높이 들어올리는 동작(레그킥)을 두고 “메이저리그의 강속구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강정호는 타격 폼을 고수하면서도 에스트라다의 빠른 볼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에스트라다의 지난해 평균 구속은 156㎞에 달한다. 미 CBS스포츠는 ‘밀어 넘긴 강정호의 홈런을 주목하라’는 기사에서 “레그킥에 비판도 있었지만 강정호는 첫 시범경기에서 밀어 쳐 홈런을 날리며 이런 시각을 일축했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수비실력도 뽐냈다. 1회 러셀 마틴과 호세 바티스타의 유격수 땅볼을 깔끔하게 처리했고 2회 무사 1루에서 조시 도널슨의 타구는 6-4-3으로 이어지는 병살 플레이로 연결했다.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강정호의 활약상을 칭찬하면서 병살 플레이를 특별히 언급하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강정호가 홈런 직후 손으로 Z자 만든 세리머니에도 주목했다. MLB닷컴은 “강정호가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면서 손으로 ‘졸탄(Zoltan) 사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졸탄 세리머니는 코미디 영화 ‘내 차 봤니’에서 외계인 졸탄이 한 행동으로 2012년 포수 로드 바라하스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후 선수들은 장타를 터뜨렸을 때 앞 다퉈 선보였고 팬까지 따라하면서 피츠버그의 문화가 됐다. 강정호가 ‘해적단’ 일원으로 자리 잡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세리머니인 셈이다.

4월 4일까지 이어지는 32차례 시범경기의 첫 막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강정호는 5일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매케크니 필드에서 토론토와의 2차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