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 결과물을 두고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야(對野) 협상력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나왔다. “야당에 내주기만 했다”는 게 요지다. 여당 입장에선 ‘야당법’으로 불린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아문법) 처리에 협조해주고도 딱히 얻은 게 없고, 정작 당정이 함께 추진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좌초됐다. 원내지도부의 상황 판단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 원내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부결된 데 대해 “원내를 책임지고 있는 대표로서 많은 학부모를 실망시킨 점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그는 “어린이집 CCTV 설치에 대해선 소신과 철학이 분명한 의원이 많았다”며 “4월 임시국회 때 재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토론 기회를 갖겠다”고 덧붙였다. 시작부터 위헌 논란에 휩싸인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면 하겠다”고 수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에는 원내지도부를 향한 날 선 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전략 부재였다는 질타부터 수도권 민심이 우려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까지 나왔다.
실제 영유아보육법 부결 직후 원내지도부가 여야 합의만 믿고 ‘표 단속’을 철저히 안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재석 171명 중 찬성 83표로 가결 요건에 딱 3표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28표)은 물론 새누리당에서도 1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의 반대토론에 맞서 찬성토론을 준비했던 신의진 의원을 굳이 만류한 점이 특히 원성을 샀다. 신 의원은 “CCTV가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물리적 안전장치”라며 간사직을 사퇴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4월 임시국회로 옮겨지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2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경제 활성화 법안을 포함해 영유아보육법, 흡연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등을 4월 국회로 넘겼다. 여기에 여권이 4월로 처리 시한을 못 박은 공무원연금 개혁도 대기 중이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2월 국회에서 ‘아문법’을 처리해주면 향후 여권이 원하는 법안 처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지만 변수가 너무 많다. 당장 국무위원들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여야 대치가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한 당직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 협상이라는 것이 집을 사고파는 문제처럼 한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주고받는 관계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 등 더 큰 것을 얻기 위해선 우선 야당의 신뢰를 얻는 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與 ‘밑지는 장사’… 대야 협상 미흡, 당내 비난 목소리
입력 2015-03-05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