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57)의 인기가 ‘가마솥’처럼 식을 줄 모르고 있다.
2012년 말 출간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하 나미야)이 2년 넘게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그런 인기에 편승해 수십 년 전 작가의 초년시절 작품까지 소개되고 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인기=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의 최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이 책은 10위권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예스24 문학담당 MD 김성광 팀장은 5일 “출간 된지 2년이 넘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머무는 것은 특별한 현상”이라고 했다. 교보문고 집계에서는 2013년 연간 5위, 2014년 연간 8위를, 예스24에선 같은 기간 각각 13위, 1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말∼12월 초 미디어셀러 ‘미생’을 제치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도서정가제 시행을 앞두고 반값 할인 이벤트 효과를 누리기도 했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는 스테디셀러 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미야’는 히가시노하면 떠오르는 살인사건이나 명탐정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독특한 추리물이다. 편지라는 전통적 매개를 통해 위로와 감동을 준다. ‘나미야’를 낸 현대문학 김영정 주간은 “미래가 불안해 따뜻한 이야기를 찾는 시기에 잘 맞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지금까지 37만부가 팔렸다.
◇‘히가시노 신드롬’에 초기작까지=히가시노는 가장 사랑받는 일본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60종이 번역돼 판매될 정도로 팬 층이 두텁다. 근래 들어 초기 작품까지 발굴돼 국내에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도서출판 재인은 1985년 소설 ‘방과 후’로 데뷔한 작가의 초기작 ‘오사카 소년 탐정단’(1988)을 얼마 전에 출간했다. 이 소설은 추리소설의 전형적 문법을 따른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여교사 다케우치 시노부다. 어느 날 제자의 아버지가 제방 옆에 세워둔 트럭 안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실직 후 술로 세월을 보내던 피해자는 전날 밤 ‘돈을 갖고 가지 말라’고 창밖으로 소리치던 아내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섰는데…. 시노부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담당 형사들을 머쓱하게 만들며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명탐정 시리즈의 하나다.
◇히가시노의 인기 비결은=히가시노의 작품 세계는 ‘용의자 X의 헌신’이 분수령이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그는 이 작품으로 2006년 일본의 권위 있는 문학상인 나오키상을 받았다.
그는 데뷔 초기 ‘밀실 살인’ ‘다잉 메세지(죽기 직전에 남긴 메모)’ 등의 전형적인 장치를 사용한 셜록 홈즈식 정통 미스터리를 썼다. 하지만 사랑과 헌신이라는 고전적 주제를 미스터리 속에 녹인 ‘용의자 X의 헌신’ 이후에는 이른바 ‘사회파 미스터리’를 개척하며, 사회적 이슈나 인간의 본질적 문제를 건드리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작가 인생 30주년인 지난해 쓴 ‘공허한 십자가’(자음과모음)가 대표작이다. 소설은 살인 미스터리이면서도 사형제도의 정당성에 문제제기를 한다. 자음과모음 정은영 주간은 “사형제도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같은 사회성 짙은 주제나 선과 악, 속죄 등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로 독자층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스24 김 팀장은 “추리물의 주 독자층은 20, 30대 여성이지만 그의 소설은 40, 50대까지 폭넓게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용의자 X의 헌신’(2012)과 ‘백야행’(2009)이 각각 국내에서 영화화돼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것도 인기의 기반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책과 길] 식을 줄 모르는 ‘나미야’ 열풍… 3년째 ‘히가시노 신드롬’
입력 2015-03-06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