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코끼리는 어디로 갔을까?] 코끼리·뱀·앵무새는 안다, 자연이 왜 소중한지

입력 2015-03-06 02:43

첫 장을 펴면 삐죽삐죽 몽글몽글 갖가지 형태의 잎을 가진 색색의 나무들이 쏙 들어온다. 울창한 숲 모습에 마음마저 따뜻해져 온다.

책 제목대로 하얀 코끼리가 어디 숨어있나 찾는데 초록 뱀도, 빨강 앵무새도 살짝 보인다. 그래서 숨은 그림 찾기 하는 기분으로 한 장 한 장 넘기게 된다. 그런데 어, 이상한 생각이 든다. 그 무성했던 숲의 나무들이 책장을 넘길수록 조금씩 줄어드는 것이다. 나무가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은 공간에는 집이, 자동차가 들어선다. 건물은 점점 더 높이 솟고, 도로가 나며 사람의 공간은 점점 커져가고, 숲은 점점 줄어든다. 코끼리와 뱀과 앵무새는 더 이상 살 곳을 찾지 못하고 마지막 남은 한 그루 나무에 모여 있다. 이게 끝은 아니다. 그 마지막 남은 나무가 있는 곳은 동물원이다.

우리 속에 갇힌 이 동물 친구들. 반역을 꾀한다. 우리 탈출이다. 마지막 나무를 캐내 그들이 향하는 곳은 바다다. 인간의 세상 도시에서 설 곳을 잃었던 동물 친구들이 배를 타고 향해 가는 곳은 어디일까. 답은 책에 있다.

이 그림책은 저자가 자연 파괴의 심각성과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 만들었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북아프리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래서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무자비하게 나무가 베어지는 광경을 목격했을 때의 아픔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그림책에는 글자가 없다. 환경보호나 자연재해 같은 어렵고 딱딱한 단어가 없어도, 동물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