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권력은 쇠퇴하고 있다” 주커버그가 추천한 책… ‘권력의 종말’

입력 2015-03-06 02:53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추천을 받은 책이다. 올 초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친구들과 함께 2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는 페이지 ‘책의 해(A Year of Books)’를 개설하겠다고 밝히고, 첫 책으로 ‘권력의 종말’을 선정한 것이다. 주커버그는 “오늘날 세계가 전통적으로 정부와 군대 같은 거대한 조직만 보유했던 권력을 개인들에게 더 많이 주는 쪽으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최고연구원이자 14년간 ‘포린 폴리시’ 편집장을 지낸 모이제스 나임이 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권력은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기업, 정당, 종교, 사회단체나 기관, 개인 지도자 등 전 세계 모든 권력은 변화하고 있는데, 그 방향이 쇠퇴라는 얘기다. 그에 따르면, 권력 자체에 다가가는 일은 전보다 쉬워졌다. 하지만 그 권력의 범위는 줄어들었다. 설령 권력을 손에 쥐었다고 해도 그것을 휘두르는 것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이 같은 주장은 국가와 정부가 왜 이토록 무기력한지, 사람들이 왜 정당에 실망하고 정치에 기대를 접는지, 노동조합과 사회운동이 왜 퇴조하는지 등에 대한 유력한 설명이 될 수도 있다.

권력 쇠퇴의 원인에 대한 분석은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저자는 “권력의 쇠퇴는 인터넷, 좀 더 개괄적으로 말해 정보기술 때문에 초래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대신 그는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전 세계에서 진행된 인구학적 변동과 경제 성장, 사람·자본·정보의 이동성 증가, 의식 혁명을 원인으로 내세운다. 인구가 늘고 경제력이 향상되는 양적 증가 혁명이 이뤄지면서 권력이 이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졌고, 이동 혁명은 새로운 도전자들이 권력이 쳐놓은 장벽을 우회하도록 도왔다. 또 개도국이나 저개발국가에서 빠르게 성장한 신중산층이 주도하는 의식 혁명은 권력의 윤리적 기반을 흔들었다.

권력의 쇠퇴는 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권력이 분산되면서 사회가 더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중심이나 공동체가 더 쉽게 형성되고, 유권자와 소비자에겐 더 넓은 선택지가 생긴다. 게임의 룰도 바뀐다. “조직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까지만 유리하거나 전반적으로 규모가 작은 것이 더 유리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치명적인 위험들도 따라온다.

저자는 “혼돈과 무정부 상태. 홉스가 예견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은 사회적 안녕과 정반대 입장에 있다. 권력의 쇠퇴는 이런 시나리오를 낳을 위험이 다분하다”고 말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