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2%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이다. 마지막으로 물가안정 목표 최저치인 물가 상승률 2.5%를 달성한 건 37개월 전이다.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에 대해 디플레 우려를 제기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사실 이런 경제 사정을 놓고 가장 긴장해야 하는 건 정부다. 그런데 기획재정부의 인식은 조금 다른 듯하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저물가는 유가 하락 등 외부 영향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디플레 상황으로 보기 어렵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에서 열린 수요정책포럼에서 “현재 물가가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대를 넘어선다”며 “디플레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경제에 저물가가 고착화된 데는 외부효과 탓이 크다. 디플레를 정의하는 0% 이하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담뱃세 인상에 따른 물가 인상 효과(0.58% 포인트)를 제외하면 지난달 상승률은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1990년대부터 20여년의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대보다는 0%대에 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또 우리 경제는 유가 하락 이전부터 과다한 가계 부채와 내수 위축으로 인해 급속히 냉각되고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말이 “한국 경제는 펀더멘털이 괜찮다”는 것이었다. 정부는 긍정적으로 보는 것보다 ‘불길한 예감’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디플레에 빠지면 그때는 손쓸 마땅한 대안이 없어진다.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저물가에 대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웃거나 울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이용상 경제부 기자 sotong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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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이용상] 달 못보고 손가락 끝만 보라는 崔부총리
입력 2015-03-05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