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통일’ 교회 역할 제시한다… 비폭력 기도운동으로 독일통일 이끈 보네베르거 목사 26일 방한

입력 2015-03-05 02:54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 목사가 독일 라이프치히 자택에서 성경을 들고 마태복음 5∼10장을 찾고 있다. 그가 찾고 있는 마태복음 5∼10장은 1989년 9월 25일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열린 평화기도회 때 시민들에게 전했던 성경 말씀이다. 아래는 기도회가 열렸던 성니콜라이 교회 전경. 국민일보DB·우리민족교류협회 제공

독일통일의 도화선이 된 ‘구동독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 교회 월요평화기도회’의 지도자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71) 목사가 오는 26일 첫 방한한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방한 다음 날인 27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우리민족교류협회(이사장 송기학 장로)가 주관하는 ‘2015 서울·평양 국제평화대회(7월 27∼30일) 오프닝 세리머니-피스코리아 국제심포지엄’에서 ‘독일통일과 교회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발제한다. 또 30일까지 한국교회 및 통일 관련 단체 지도자 초청 조찬기도회, 신학대, 교회 주일예배, 한국교회평화통일기도회 등에 참석해 설교할 예정이다.

성니콜라이 교회에서의 통일기도는 1982년 11월 시작됐다. 처음에는 서독의 군비증강에 반대하는 ‘반전(反戰)운동’의 성격을 띠고 매년 11월 열흘간 진행되다 80년대 중반 반전·평화·인권·여성을 위한 매주 월요일 오후 평화기도회로 발전했다. 당시 이 운동을 주도한 성직자가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 교회의 파레 C 퓌러 목사(지난해 6월 별세)와 루카스 교회의 보네베르거 목사였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86년 라이프치히 지역교구로부터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진행되는 평화기도회를 주관할 것을 위임받았다.

동독 당국은 월요기도모임에 참여하는 인원이 크게 늘어나자 성니콜라이 교회로 가는 통행로를 차단하고 참석자들을 검거하는 등 탄압을 일삼았다. 또 라이프치히 교회 지도자들에게 지시해 보네베르거 목사를 평화기도회 주관목사 직책에서 해임하도록 했다. 하지만 동독 공산 정권의 탄압은 오히려 시민들을 자극했고 촛불집회를 촉발시켰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시민단체와 함께 인권활동을 전개했다. 동독 정부가 주도하는 ‘교회의 날(Kirchentag)’에 대항해 ‘교회의날 대신(statt-Kirchentages)’ 단체를 조직했다. 성니콜라이 교회에서 ‘비폭력’을 주제로 명설교를 했고, 이 설교를 기폭제로 최초로 조직적인 월요평화시위가 이어졌다.

그의 주된 강론 내용은 예수 그리스도의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이었다. 산상수훈 메시지는 고통당하는 동독 주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 크리스천은 물론 검거하러 출동한 경찰들의 마음까지 변화시켰다. 경찰들이 노도와 같이 몰려드는 군중과 영적인 힘에 압도돼 당국의 명령에 따르지 않자 동독 당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그는 89년 10월 8일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라는 제목의 호소문 3만장을 배포한 뒤 비폭력 시위를 이끌었다. 30만명 이상이 시위에 참가했고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95년 그는 통독에 기여한 공로로 독일 정부로부터 대십자공로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독일 통일 시민운동 25주년 기념행사에서는 고 퓌러 목사와 함께 독일국가상을 받았고, 라이프치히 미디어재단으로부터 ‘미디어의 자유와 미래상’을 수상했다

‘2015 서울·평양 국제평화대회’ 준비위원장 김성영 백석대 석좌교수는 “보네베르거 목사는 기도운동을 이끌 당시 동독 비밀경찰로부터 고초를 겪어 아직까지 심장병을 앓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처음에는 행사 참여에 주저했지만 독일의 평화통일에 대한 불타는 열망으로 몸부림쳤던 경험을 한국교회와 나누기 위해 방한을 결심했다”고 전했다.

한편 ‘2015 서울·평양 국제평화대회’는 우리민족교류협회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7월 27∼30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등을 초청해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해 논의하는 사업으로 7월 30일 북한 평양에서 행사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02-3676-2007).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