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로 처참한 생활 ‘고양 세 자매’, 아픔 딛고 ‘희망의 삶’ 개척

입력 2015-03-05 02:41
계모의 학대를 받아오다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됐던 ‘고양 세 자매’가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새로운 꿈을 키워가고 있다.

2013년 1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토당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 원룸에서 발견된 세 자매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계모의 학대 속에서 오랜 기간 방치돼 극심한 영양실조에 우울증 증세까지 겹쳐 처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세 자매는 아픈 과거를 털어내고 저마다 나름의 인생을 개척해가고 있다.

첫째(21)는 서울의 한 대학 유아교육과에 합격해 지난 3일 입학식을 치렀다. 첫째는 대학에 다니면서 9급 국가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심한 우울증이 겹쳤던 한 살 터울의 둘째는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통해 서서히 아픔을 이겨내고 지난해부터 헤어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2년제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다. 막내(17)도 큰 수술을 받은 뒤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에 진학, 밝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까지 주위의 도움이 컸다. 고양시와 사회복지단체는 이들의 사연이 알려진 뒤 긴급복지 대상자로 지정하는 등 사회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모금을 통해 보금자리를 새로 마련해주고 병원 치료비와 등록금 등을 지원하면서 전담 사례관리사를 통해 사회에 안착하도록 도왔다.

세 자매가 구출되는 과정에서부터 도움을 줬던 일산 Y교회 김바울(55) 목사 부부는 그들의 후견인이 돼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세 자매의 아버지도 일자리를 잡아 딸들을 돌보고 있다.

2년 전 세 자매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계모의 정서적 학대까지 더해져 영양실조와 질병,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상태로 발견됐다. 특히 막내는 골다공증에 따른 대퇴부 골절로 거동조차 하지 못했다. 살고 있던 원룸의 사방 벽에는 온통 곰팡이가 슬어 있었고, 도시가스는 끊긴 지 2년이 넘어 있었다.

당시 세 자매는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지방에 내려가 있어 계모의 돌봄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계모는 아버지가 매달 송금해주는 250만원 중 38만원(월세 23만원 포함)만 보내주고 2년간 한 번도 세 자매를 찾지 않았다.

계모는 오히려 어디에 있는지 등을 매시간 문자메시지로 보고토록 하고 집에만 있도록 하는 등 세 자매를 학대했다. 결국 계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