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사옥 소극장 다시 막 올라… 김구림 작가·조정권 시인 ‘손톱과 시’ 34년 만에 재연

입력 2015-03-05 02:38
조정권 시인(왼쪽)과 김구림 작가가 4일 재개관한 서울 종로구 공간사옥 소극장에서 34년 전 같은 장소에서 했던 퍼포먼스를 재연하고 있다. 아라리오뮤지엄 제공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김수근 설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공간사옥’은 198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의 구심점이었다. 이곳에서는 전시와 함께 소극장에서 각종 퍼포먼스와 현대무용이 열렸다. 재정난을 겪은 공간사옥은 우여곡절 끝에 아라리오 그룹에 인수돼 지난해 9월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란 이름으로 현대미술 전용 갤러리로 재탄생했다. 하지만 소극장 자리에는 외국작가 그림이 걸리며 옛 기능을 상실했다.

그 공간사옥 소극장이 부활해 4일 개관했다. 첫 시작을 여는 무대로 한국 실험미술을 대표하는 김구림(79) 작가와 공간잡지 편집장이었던 조정권(67) 시인의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34년 만의 재연이다. 한 사람은 신문지에 주저앉아 손톱을 깎고, 또 한 사람은 중얼중얼 자학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시를 읊는다. 1981년 5월 27일 공연됐던 ‘손톱과 시’라는 제목의 이 행위예술은 당시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초대된 김 작가의 출품을 위해 준비했다. 김 작가는 “손톱은 권위의 상징이다. 그걸 깎는 건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시는 5·18광주민주화운동 1주년에 즈음한 시기였다. 소극장 공연은 공간사옥 운영을 이끌던 김수근 공간건축사무소장이 86년 타계한 이후 점차 동력을 잃었고 92년부터 맥이 끊기다시피 했다.

아라리오 그룹 김창일 회장은 “소극장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이 많아 부활을 결정하게 됐다”며 “가족적 분위기 속에서 아방가르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3대 색소폰 마스터인 강태환의 색소폰 연주와 해금의 협음 무대(4월), 유진규 마이미스트의 마임무대(6월) 등 실험적 공연이 예정돼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