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신학자 본회퍼의 삶처럼… “교회, 타인 향할 때 존재 이유 빛나”

입력 2015-03-05 02:12

교회는 ‘타인’을 향할 때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성영(사진) 한신대 기독교윤리학과 교수는 4일 서울 강북구 인수봉로 한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열린 개학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 교수는 ‘디트리히 본회퍼의 타자를 위한 교회의 윤리’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 교수는 독일 신학자 본회퍼(1906∼1945)의 신앙을 토대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명했다. 본회퍼는 기독교 신앙을 삶 속에 그대로 용해해 실천한 신학자로 평가받는다.

강 교수는 “본회퍼는 교회가 다른 사람을 위해 존재할 때만 교회라고 봤다”며 “본회퍼는 교회를 타자를 위한 ‘도움의 수단’이자 ‘투쟁 수단’으로 여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회퍼가 신학자로서 처음부터 놓치지 않았던 것이 바로 ‘교회가 세상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라며 “양극화와 폭력이 일상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현실에 처한 우리도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대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교수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교회는 ‘생명’ ‘정의’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수가 하나님의 구속을 대리한 것처럼 예수를 따르는 교회는 국가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고 정의를 따르는지 질문을 던지려면 결국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본회퍼도 아돌프 히틀러에게 희생된 유대인과 적극적으로 연대했다”며 “본회퍼 시대의 유대인처럼 탄압받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교회의 윤리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신앙이 실천에 달려 있다’는 본회퍼의 가르침을 기억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본회퍼에게 신앙은 타자를 위한 존재인 예수의 존재에 참여하는 것이었다”며 “이는 곧 다른 사람을 위한 구체적인 삶의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의 행동 방안에 대해서는 “세상적 과제에 교회가 동참하되 지배하려는 입장이 아니라 돕고 봉사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강의 후 한 신학생은 ‘본회퍼 시대의 유대인은 현시대의 누구인가’라고 물었다. 강 교수는 “굴뚝 위에 올라가 있는 노동자, 노숙자, 장애인,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 모두 ‘타자’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자연환경도 마찬가지”라며 “교회가 이들을 위한 존재라는 것을 모든 크리스천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