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의가 담긴 법안들 좌초시킨 국회의 황당한 작태

입력 2015-03-05 02:40
‘김영란법’을 원안과 달리 꼼수로 가득 찬 누더기 법안으로 만든 국회가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3일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는 황당한 작태까지 저질렀다. 흡연 폐해를 알려주는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를 담은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 민의를 무시한 여야 의원들의 이 같은 행태는 무책임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는 아동학대 예방의 핵심 대책이다. 영유아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인천 어린이집의 아동 폭행 동영상은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 여파로 여야 합의에 따라 개정 법안이 추진됐던 것인데 그게 막판에 부결됐다. 재석 171명 가운데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과반에 3표가 모자랐다. 반대·기권한 의원은 물론 표결에 불참한 의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영란법’ 표결에는 의원 247명이 참석했는데 본회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76명이 ‘나 하나쯤이야’ 하고 회의장을 떠난 게 부결의 한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무산된 것은 상당수 의원들이 아동 안전보다는 선거 때의 여론 형성층인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의 압력을 의식한 결과다. 그들에게는 표만 보일 뿐 아동 보호를 염원하는 학부모들의 간절함은 안중에도 없다. 지금 학부모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당황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공식 사과하고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을 재추진하겠다고 한다. 뒤늦게나마 제대로 입법화하려면 법사위에서 삭제된 네트워크 카메라(웹카메라) 설치 조항도 되살려 학부모들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실효성이 있다.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이 좌초된 것도 담배업계 로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은 이유가 얼토당토않다. 경고그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딴죽을 걸었다. 하지만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이 제도를 시행하는 거의 모든 국가의 흡연율이 떨어진 게 엄연히 통계로 나와 있다.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마저 법사위의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국민을 기만하는 국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