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파란 하늘과 높이 치솟은 준봉. 햇빛에 반사돼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눈. 시간이 멈춘 듯한 대자연의 고요. 그런 장엄한 풍경 속에 한번쯤 서 보기 위해 전 세계 산악인들이 찾아오는 곳.
에베레스트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 에베레스트가 꼭 그렇게 좋은 풍경만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현지시간) 네팔 산악협회를 인용해 “에베레스트가 등반객의 분뇨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에베레스트에는 베이스캠프(해발 5300m)부터 정상(8850m)에 이르기까지 4곳의 캠프가 있다. 산악인들은 4곳을 거치며 약 2개월간 등반한다. 그런데 화장실이 있는 곳은 베이스캠프 한 곳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선 아무데서나 ‘볼일’을 해결한다. 이곳에는 매년 700명 정도가 찾아오는데 머무는 기간이 길다 보니 그 양을 따지면 엄청나다고 한다. 더구나 등반 코스가 제한적이어서 루트 주변에 집중적으로 오물이 쌓일 수밖에 없다. 사안이 꽤 심각해서인지 영국 BBC방송은 “막대한 분뇨로 세계 최고봉이 질병 감염 등 건강 문제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네팔 산악협회는 정부에 산악인들이 분뇨 처리용 비닐백(toilet bag)을 가져가도록 의무화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산악인들은 지금도 그런 백을 가져가고 있다고 한다.
산소통 등 등반객이 버린 쓰레기도 골칫덩이다. 네팔 당국은 올해부터 모든 등반객 1인당 8㎏의 쓰레기를 의무적으로 갖고 하산하도록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등반 전 미리 받아둔 보증금 4000달러(440만원)를 돌려주지 않기로 했다.
손병호 기자
에베레스트 하산 필수품은 8㎏ 쓰레기
입력 2015-03-05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