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나이에 ‘성경 5독’ 달성 황현성 장로 외손녀 윤혜정양 “외할아버지 따라 성경 다섯 번 완독”

입력 2015-03-05 02:01
8년 만에 신·구약 성경을 다섯 차례 완독한 윤혜정양(오른쪽). 왼쪽은 윤양의 성경읽기를 지도하면서 같은 기간 성경 340독을 돌파한 윤양의 외조부 황현성 장로. 국민일보DB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딤후 3:16)

2007년 여름 즈음이었다. 성경을 편 황현성(77·수원성림교회 원로) 장로는 이 구절을 읽어 내려가면서 인근에 살던 두 외손녀가 떠올랐다. “믿음을 키우고 하나님 은혜를 깨달으려면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어야 한단다.” 당시 각각 10세, 5세였던 외손녀를 설득한 그는 곧바로 실천에 옮겼다. 첫째 외손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진도가 술술 나가 중학교 입학 때까지 신·구약을 한 차례 완독했다.

문제는 둘째 외손녀 윤혜정(13·진안중1)양이었다. 한글을 띄엄띄엄 알고 있던 다섯 살짜리 꼬마는 “할아버지, 성경은 읽어서 뭐해요?”라며 성경 읽는 게 귀찮은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황 장로는 손녀를 집에 데려와 앉은뱅이책상 앞에 앉힌 뒤 또박또박 기도부터 하게 했다. “하나님 아버지, 제가 성경을 읽을 때 믿음과 지혜를 주십시오.”

이렇게 시작된 윤양의 성경읽기는 8년 만에 ‘신·구약 5독 달성’이라는 열매로 이어졌다. 성경 읽기를 지도해온 황 장로는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고 했다. “한글을 잘 모를 때에는 내가 읽어가는 구절을 볼펜으로 짚어가며 따라오게 했어요. 사람 이름만 500명 넘게 나오는 역대서나 모세오경에 등장하는 제사 절차 내용들은 어른조차도 포기하기 쉬운 부분인데 그걸 읽어내더라고요.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하루 한 장, 많으면 여섯 장씩 읽어 내려간 윤양은 창세기를 펴든 지 2년이 지난 2009년 10월 1독에 성공했다. 초등학생이 되자 글 읽는 속도가 붙어 이듬해 12월 2독을 마쳤다. 중간중간 황 장로는 손녀를 위해 어린이용 성경학습 자료를 사다 주면서 성경 읽기에 흥미를 갖게끔 도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한자능력검정시험(3급) 자격증을 딴 윤양은 5독째부터는 국·한 혼용 성경으로 바꿔 읽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졸업식 이튿날이었던 지난달 14일 5독 마침표를 찍었다. 처음 시작할 때 거실 벽에 붙여둔 선언문 ‘나의 포부,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신·구약 성경 5독 달성’을 이뤄내는 순간이었다.

손녀의 성경 읽기를 지도하던 같은 기간 동안, 황 장로는 신·구약 340독을 돌파했다. 2013년 7월 말 300독을 돌파한 이래 1년6개월여 만에 40차례나 더 읽으며 솔선수범을 보인 것이다. 그것도 오른쪽 눈만으로. 왼쪽은 6년 전쯤 암으로 잃었다. 황 장로는 “어릴 때부터 읽은 성경 읽기는 나중에 어른이 돼서 신앙생활을 하는 데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우리 가문의 신앙 유산으로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