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 변화 바람] 교수들, 학생들로부터 선택 받아야 살아남는다
입력 2015-03-04 02:58
◇대학 구조개혁, 교수 기득권 정조준=교육부는 중앙대 지원사격에 나섰다. 중앙대가 개편안을 발표한 뒤 ‘3년 예고제’ 위반이라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수험생 혼란을 피하기 위해 대입 제도는 3년 전 예고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교육부는 “중앙대 자체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개편”이라며 “대학 구조개혁처럼 특정 사유가 발생했을 때는 3년 예고제의 예외를 인정받게 된다”고 밝혔다.
교수사회는 도전에 직면했다. 중앙대식 개편안이 확산된다면 교수를 정점으로 형성된 학과 내 위계질서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난다. 교수들은 학생들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게 된다. 늘 학생들의 평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산업 수요에 맞춰 최신 학문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하며, 교수법 개선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된다.
심지어 학생 취업까지 발 벗고 나서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과거 학과 내에서 제왕으로 군림하며 자기 분야만 연구했던 교수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워진다. “저 교수님 제자가 되면 취업 잘 된다” 같은 학생 평판이 교수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앙대의 시도는 결국 교수들을 경쟁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끊임없이 연구해서 학생들에게 서비스하지 않는 교수는 살아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문학 고사(枯死)론, 교육부 입장은?=과거에도 중앙대 같은 시도가 있었다. 매번 재학생과 교수들의 반발에 막혀 왔다. 그러나 숙명이 된 대학 구조개혁과 고질적인 청년실업 문제로 중앙대식 학과개편 시도에 맞서는 목소리는 힘을 잃어가는 실정이다.
대학의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이 수년째 억제되면서 고질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입학정원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결국 정부 재정 지원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교육부는 산업 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등으로 유도하고, 평가를 통해 대학을 A∼E등급으로 구분해 차등적으로 정원을 감축케 하고 있다. 이런 압박을 버틸 수 있는 대학은 거의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산업 수요 중심으로 학과를 개편할 수밖에 없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정부는 청년실업의 원인 중 하나로 ‘대학사회의 경직성’을 지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가 2012년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을 수시로 거론한다. 2023년까지 공학 분야에 27만7000명의 인력이 부족해지고, 인문사회계는 6만1000명, 자연계열에선 13만4000명의 인력이 초과 공급된다는 내용이다. 이런 ‘미스 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과·전공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대학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4년제 학사학위 소지자도 매년 늘고 있다. 2012학년도 1102명에서 지난해에는 1322명으로 늘었다. 황우여 부총리는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문학을 가르쳐 취업시키려 하지 말고 산업 수요에 맞는 인재를 키워 취업을 많이 시키고, 그들에게 인문학 소양을 기를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통 중앙대를 향한 대학가 시선=다른 대학들도 중앙대의 실험을 주목하고 있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학교여서 그렇다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란 평가가 더 많다.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입학처장을 지낸 한 교수는 “후배들이 사라지는 재학생의 거부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취업 잘되는 전공에 많이 진입할 수 있어 학생 이익에도 부합하는 방안이다. 교수들이 강력 반발하겠지만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모집단위 광역화가 대학이 가야 할 방향인 것은 맞다”면서 “중앙대가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눈치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대 방식은 내용은 맞지만 방법은 거칠다”며 “충분히 학내 논의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유명 대학 관계자는 “현재대로라면 살아남을 대학이 별로 없다. 방식은 다르더라도 결국 중앙대의 시도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