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는 최근 학생들 성적을 지난해 2학기부터 소급해 상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느닷없는 통보에 학생들은 강력 반발했다. 논란의 배경에는 교육부 주도의 대학 구조개혁이 있었다. 상대평가로 전환한 건 구조개혁 평가 항목 중 ‘성적 분포의 적절성’ 때문이었다. 이 항목은 구조개혁 평가 60점(1단계) 중 1점을 차지한다. 단 1점 때문에 대학 구성원들이 홍역을 치른 것이다.
대학들은 취업이 안돼 학교에 남으려는 ‘대학 5학년생’을 줄이기 위해 졸업유예 제도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역시 대학 구조개혁 평가를 의식한 조치다. 교수 1인당 학생 비율을 줄여 수치상으로 교육 여건을 개선한 것처럼 보여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대학 구조개혁은 대학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정부의 움직임에 대학들이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대학가는 늘 뒤숭숭하다. 이런 와중에 교육부가 구조개혁의 방향을 확 바꿨다. 2023년까지 입학정원을 16만명 줄이라고 대학들을 압박하던 교육부가 최근에는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 양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원 감축’이 ‘학과·전공 개편’으로 바뀌자 교수사회가 대학 구조개혁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대학 구조개혁 2라운드, 중앙대의 신호탄=저출산으로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구조개혁은 대학가의 숙명이 됐다. 교육부는 2018년에 고교 졸업자가 대학 입학정원보다 적어지는 ‘역전현상’이 처음 발생하고, 그 차이가 2023년 16만명까지 벌어진다는 전망에 따라 대학 구조개혁에 착수했다. 1단계로 2017년까지 입학정원을 4만명 감축하고 2023년까지 단계적으로 16만명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각종 대학평가 지표에 ‘정원감축 노력’을 반영했다. 대학을 A∼E등급으로 나눠 차등적으로 정원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교육부는 2017년 1단계 목표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부터 대학들이 산업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도록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특히 ‘산업 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을 지정해 대학당 수백억원을 지원하겠다며 ‘당근’을 제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산업 수요와 대학 졸업생 간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는 쪽으로 대학 구조개혁 2라운드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교육부 방침에 가장 먼저 호응한 곳이 중앙대다. 지난주 발표한 중앙대 학과개편안의 핵심은 ‘학생 선택에 따른 학과 정원 조정’이다. 입학 후 세 학기 동안 다양한 공부를 한 뒤 전공을 결정토록 한다. 기존 학부제와 비슷한 듯하지만 근본적 차이가 있다. 기존 학부제는 학부 내에 있던 학과의 정원은 그대로 둔 채 성적 등에 따라 학생들이 전공을 배정받았다.
중앙대 개편안은 학생이 많이 선택하는 학과는 학교 차원에서 정원을 늘려 키워주고 선택받지 못하는 학과는 도태시킨다. 취업하기 좋은 학과의 정원은 늘게 되고 반대의 경우 줄다가 결국 사라질 수도 있다. 이화여대도 최근 취업 실적이 부진한 학과를 별도로 묶어 관리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방식의 차이일 뿐 맥락은 비슷하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면 (중앙대가) 이렇게 교육부 방향에 완벽하게 일치하는 안을 들고 나오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세종=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슈분석-대학사회 변화 바람] 대학 개혁 칼날 ‘교수’ 정조준
입력 2015-03-04 02:48 수정 2015-03-04 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