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2015] 이통사·제조업체들 사물인터넷 첫 주자, 자동차 찍었다

입력 2015-03-04 02:29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2015'에서 2일(현지시간) LG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아우디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로 아우디 차량의 시동을 조작하고 운전석 문을 여닫는 기술을 시연했다. LG전자 제공
황창규 KT 회장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시장마다 진열된 자동차였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다른 전시회에서 자동차가 등장하긴 했지만 전 세계 이동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자동차가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전 세계 통신사업자나 모바일 기기 제조사, 칩셋 제조사 등이 모두 사물인터넷(IoT) 확산의 출발점을 자동차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자동차에 IoT를 접목하려면 장비와 통신망이 모두 필요한데, 어느 쪽에서 주도권을 가져갈지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다.

MWC 전시장은 모두 7개로 구성되는데 그중 핵심은 3전시장이다.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주요 업체들도 이곳에 포진해 있다. 3전시장에는 유독 자동차가 많았다. LG전자는 스마트워치 어베인 LTE로 아우디 자동차를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아우디 차량을 전시했다.

관람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는 이례적으로 단독 부스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던 버틀러 포드 커넥티비티 서비스 총괄이사는 “제네바 모터쇼에도 참가할 것이지만 MWC는 우리가 혁신을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면서 “포드의 서비스는 모바일 밖에 있는 게 아니라 모바일 안에 있다”고 참가 이유를 설명했다.

칩셋 제조 업체 퀄컴은 부스의 절반 이상을 자동차 관련 기술을 설명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전시장에는 차량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스냅드래곤 602를 탑재한 마세라티 콘셉트카를 배치하고 IoT 관련 기술을 시연했다. 인텔은 IoT 플랫폼인 ‘에디슨’을 설명하기 위해 BMW 오토바이를 등장시켰다.

AT&T, 보다폰, 차이나 모바일 등 이동통신사들도 전시장에 자동차를 두고 무인운전 등 통신망을 통해 차량을 제어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전 세계 통신사업체는 유무선 통신망 사업으로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5G, IoT 등 새로운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기조연설에 나선 황창규 KT 회장은 “앞으로 운전면허증이 필요 없고, 자동차는 움직이는 사무실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국내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 회장은 가까운 미래의 무인자동차를 소재로 한 동영상으로 5G 시대의 변화를 설명했다. 동영상은 황 회장이 출근을 위해 무인자동차에 탑승해 ‘사무실’이라고 말하자 차량은 5G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를 산출해 이동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중 황 회장은 화상전화로 미국 중국 스페인의 사업자와 회의를 한다. 모든 자료와 대화는 실시간 자동 번역된다. 황 회장이 홀로그램으로 손녀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동영상은 마무리된다.

황 회장은 “무인자동차가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판단하기 위해 초당 1기가바이트(GB)의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데 수십억대의 자동차가 동시다발적으로 정보를 주고받기 위해서는 현재의 LTE 네트워크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방대한 미래의 데이터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네트워크(5G) 구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황 회장은 “IoT 시대의 근간인 5G를 빨리 실현하기 위해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김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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