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월대보름에는 구름이 다소 많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이 대체로 맑을 것으로 예보됐다. 달이 뜨는 시각은 서울 오후 6시9분, 부산 오후 6시2분, 강릉 오후 6시1분, 제주 오후 6시33분이다.
서울에서 달을 가장 잘 보려면 남산의 N서울타워와 아차산, 하늘공원, 낙산공원, 달맞이봉공원, 석촌호수변 등을 찾는 것이 좋다. 경기도에서는 구리타워·남한산성·강월헌(신륵사)·수종사(운길산)·행주산성이, 강원도에서는 경포호가, 충청지역에서는 간월암·망월산·월류봉이, 부산에서는 해운대 달맞이고개가, 전라도에서는 내변산 월명암이나 월출산이 유명하다.
◇N서울타워·아차산=서울 도심에서 즐기는 달맞이 장소로 N서울타워가 손꼽힌다. 서울에서 가장 높이 올라 시 전역을 내려다볼 수 있고, 달을 가장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 연인들과의 데이트 명소로도 꼽히는 서울타워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달맞이 풍광을 더해 준다.
아차산은 서울 광진구와 경기도 구리시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 한강수계 전역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강 동쪽에서 휘영청 떠오르는 보름달의 자태가 압권이다.
◇행주산성=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주내동 덕양산 정상에 자리한 산성으로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의 대첩지로 유명하다. 맑은 날이면 개성까지도 시야에 들어온다. 행주산성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한강, 방화대교 등의 야경과 곧잘 어우러져 신비감을 더한다. 행주산성은 평소 오후 6시에 문을 닫지만 달맞이 여행객을 위해 연장 개장한다.
◇부산 달맞이고개=대보름이면 해운대와 인근 달맞이고개에 달구경을 위해 인파가 대거 몰린다.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송정에 이르는 고갯길이 달맞이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오른쪽으로 부산시내와 해운대 백사장의 현란한 불빛이 넘실대고, 정면으로는 달빛을 받은 해송들이 늘씬한 각선미를 뽐내며 왼쪽으로는 세련된 카페가 늘어서 있다. 특히 월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고갯마루에 있는 해월정. 이곳에서 보는 월출은 대한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턴 달맞이 고개 중턱쯤 산책로에 ‘문탠(moon tan) 로드’라는 이름마저 붙었다. 저녁에는 야경이 휘황하다.
◇경포호=강원도 강릉시 경포호에는 호반에 보물 제183호 해운정을 비롯해 중요민속자료 5호 선교장, 관동 팔경 중 최고의 경치를 자랑하는 경포대 등이 산재해 있다. 경포호를 훤히 밝히는 보름달의 자태는 호반 어디에서나 감상할 수 있다. 경포해수욕장, 정동진, 참소리박물관 등 연계관광코스가 즐비하다.
◇간월암=충남 서산의 간월암(看月庵)은 이름 그대로 달 보는 절집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달맞이 명소로 첫손에 꼽힌다. 하늘과 바다 위에 뜬 두 개의 달이 간월암을 비추는 광경이 숨 막힐 듯 아름답다. 안면도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영암 월출산=삼국시대엔 달이 난다 해서 ‘월나산(月奈山)’, 고려시대엔 ‘월생산(月生山)’이라 불리다가 조선시대부터 지금의 ‘월출산(月出山)’으로 정착됐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보면 북서쪽으로 확 트인 나주평야가, 북동쪽으로는 멀리 지리산을 향해 달리는 산줄기가, 서쪽으로는 목포 앞바다가 눈에 들어온다. 호남의 5대 명산 중 하나이자 ‘호남의 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치가 뛰어나다. 기암괴석이 연속되는 산줄기 위로 펼쳐지는 일출과 월출, 그리고 서해를 붉게 물들이는 낙조는 월출산의 대표 풍광이다. 월곡리 월남리 월하리 월봉리 등 달과 관련된 마을 이름이 유난히 많은 것만 봐도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절경 속에 안겨 달을 보는 것은 황홀한 경험이다.
◇월송정=경북 울진의 월송정은 관동팔경의 하나다. 정면 5칸·측면 3칸에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이층 누각에 오르면 수만 그루 울창한 송림 사이로 하얀 모래밭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쪽빛 동해바다가 출렁인다. 동해에서 솟은 보름달이 누각 사이로 모습을 드러낼 때 운치가 최고다.
글·사진=남호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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