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두 번째 국가인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첫날부터 파격의 시작이었다.
박 대통령이 3일 오후(현지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의 킹 칼리드 국제공항에 도착한 자리에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을 포함한 왕실 최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한 것이다.
◇사우디 왕실 총출동해 성대한 환영=공항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는 살만 국왕은 물론 무크린 왕세제, 무함마드 나이프 제2 왕위 계승자 등이 모두 참석했다. 이들은 왕위 서열 2·3위 인사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우디는 통상적으로 행사에 임박해 공항 영접 인사를 통보해왔지만 이번엔 2주 전부터 살만 국왕의 공항 영접 계획을 미리 통보했다”며 “각별한 의전 예우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취임 후 처음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즉위한 살만 국왕과는 지난해 11월 호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적이 있다. 왕세제였던 살만 국왕은 당시 박 대통령에게 “한국과 사우디는 파트너십이라는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공고한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경제 및 외교안보 협력 강화=박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제2의 중동 붐’이라는 슬로건답게 경제지평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체결됐거나 앞으로 체결될 경제 분야 양해각서(MOU)는 스마트(SMART) 원자로 관련 건을 포함해 14건이다. 청와대는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우리 기업과 정부가 수주를 기대하는 사업은 사우디 전력공사 발주 프로젝트(30억 달러), 전자정부 시스템 구축(2억 달러), 특화 제약단지 구축(2억 달러) 등 최대 54억 달러 규모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과 사우디텔레콤 간 창조경제 혁신센터 협력 MOU도 체결됐다. 청와대는 “창조경제 혁신센터의 첫 수출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살만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 외교안보 분야 협력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우리나라의 평화통일 및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사우디 측의 일관된 지지를 재확인했다. 사우디는 중동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북한과 미수교 상태인 우리의 핵심 우방이다.
한·사우디 정상회담에 앞서 박 대통령은 현지 일간지 ‘알 리야드’와 서면 인터뷰를 갖고 양국 간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아랍어에 먼 길을 함께할 동반자라는 뜻의 ‘라피크’라는 말이 있는데, 앞으로 한·사우디 양국은 반세기 이상 쌓아온 굳건한 우호협력 기반 위에 진정한 ‘라피크’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사막에 내리는 비도 한 방울의 빗방울부터 시작된다’는 중동의 속담처럼 정부는 남북 간 작은 협력부터 시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수행원들, 사우디 전통의상 착용=박 대통령은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국 여성이면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이슬람 전통의상 ‘아바야(Abaya)’를 입지 않았다. 사우디에서는 외국 여성이라도 몸매가 드러나지 않고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만 제외하고 몸 전체를 가리는 검은색 통옷을 입어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가원수 자격으로 공식 방문했기 때문에 아바야를 입지 않는다. 사우디를 방문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 등도 아바야를 입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여성 경호원도 경호에 지장을 줄 수 있어 이를 입지 않는 것으로 협의됐다.
다만 여성 수행원·취재진·기타 지원인력은 외부에 나갈 때 아바야를 입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공항 환영행사에서 짙은 회색의 바지 정장을 입었지만, 여성 통역사는 아바야에 머리카락을 가리는 히잡(hijab)까지 둘렀다.
리야드=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朴 대통령 리야드 도착] 사우디의 ‘파격적 예우’… 국왕, 왕위 서열 2·3위 공항 환영식에 참석
입력 2015-03-04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