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 때면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와의 대화다.
“할아버지, 난 왜 눈물이 많아요?” 눈물 많던 어린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하늘에서 귀한 마음을 선물해서지. 살다보면 비겁해질 때도 있고, 이게 아닌데 하면서 자꾸 아닌 곳으로 갈 때가 있지. 사람들은 애써 그걸 모른 척하고 조금씩 마음에 덧칠을 해나가지. 그러면서 마음이 아팠을 게다. 그런 일에 대비해서 신은 눈물을 만드신 거란다.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사람은 신의 선물을 가진 거란다. 얘야, 눈물이 많은 사람은 강하단다.”
어린 손녀는 잘 우는 사람은 약해 보인다며 또 눈물을 흘렸다. 할아버지는 대답했다. “아니다. 눈물은 에너지를 갖고 있어. 두고 봐라, 넌 그 눈물로 무언가 이뤄낼 거야. 울었던 시간만큼 움직일 테고, 그 움직임은 점점 커져서 큰 원을 그려갈 거야.”
그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서도 할아버지를 닮은 아버지가 이따금 그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아버지는 삶에서 깨달은 생각이 바로 할아버지의 재산이라 믿었기에 그 이야기를 물려주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네가 꼬마였을 때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할아버지였냐’는 엉뚱한 질문을 했지.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그러셨다. ‘네가 태어나던 그때부터’라고. 넌 할아버지 생일도 그날이냐고 묻더라. 그랬더니 할아버지는 ‘그럼, 그날이 바로 이 할아비가 새로 태어난 날이니, 우리 손녀 생일이 이 할아비 생일이지’라고 하셨지.”
이 이야기를 듣고부터 나의 생일에 나는 다른 사람에게 축하한다 말하곤 했다. 하지만 나이 들면서 축하할 사람이 하나둘 줄어들었고 나는 생일이 다가오면 슬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괜찮아, 눈물 흘리는 일은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잖니?” 그리고 덧붙였다.
“울었던 시간만큼 넌 그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단다.”
곽효정(에세이스트)
[살며 사랑하며-곽효정] 당신은 지금 울고 있나요?
입력 2015-03-04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