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차관 ‘과거사 갈등 실망’ 발언 파장

입력 2015-03-03 03:32
한·중·일 3국의 과거사 인식과 관련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양비론’적 발언이 파문을 낳고 있다. 미국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예전과 같은 입장임을 재차 확인했으나 한·미 간 외교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셔먼 차관의 발언에 대해 “가볍지 않게 보고 있다”며 “엄중함을 갖고 이 문제를 다루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조 차관은 다만 “미국 측은 (역사 문제와 관련해) 과거에 밝혀온 입장에서 변화가 없다는 걸 1차적으로 확인했다”며 “미국도 역사문제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있어서 일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한·중·일 역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비판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앞서 셔먼 차관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오는 8월 15일 종전 70주년을 기념해 발표할 ‘아베 담화’와 관련해 제국주의 침략과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셔먼 차관의 말이 특정 국가를 비난했다면 한국보다는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미·일 3각 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게 미국의 외교 구상임을 감안할 때 한국과 중국을 싸잡아 비난하는 건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셔먼 차관은 문제의 연설에서 상당 시간을 할애해 중국의 ‘군사대국화’를 경계한 반면,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언급하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셔먼 차관의 발언만 놓고 보면 이전보다 더 과격한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일 관계에 대해 ‘조급증’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존 케리 국무부 장관도 지난해 2월 방한 시 “한·일이 역사를 극복하고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하는 등 미국은 그동안 한·일 관계와 관련해 ‘미래’를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셔먼 차관의 발언으로 인한 파장은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당분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은 “너무 놀랐고, 많은 국민이 분개하고 있을 것으로 안다”면서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 같은 당 정세균 의원은 “그냥 적당하게 외교적 답변을 듣고 넘어갈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