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보다 케이블… 케이블 TV 20년, 확 바뀐 방송계 세력 판도

입력 2015-03-04 02:59
케이블 채널 tvN 히트작 '꽃보다 할배' 포스터. CJ E&M 제공
(1)‘슈퍼스타 K’ (2)‘응답하라 1994’ (3)‘미생’ (4)‘꽃보다 누나’ (5)‘삼시세끼-어촌편’ 각 방송사 제공
올해로 성년을 맞은 케이블 채널이 ‘시장의 공룡’ 지상파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1995년 난시청 해소와 문화 다양성을 목표로 시작된 케이블 TV 사업은 다(多)채널과 실험성을 무기로 20년간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TV 사업자로는 인터넷 IPTV와의 주도권 다툼으로 치열한 생존 경쟁 중이지만, 채널로서는 차곡차곡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창의적이고 패기 넘치는 콘텐츠로 시장의 ‘퍼스트 펭귄’ 역할을 해내고 있다.

◇케이블 채널이 바꿔 놓은 대중문화사=24개 채널로 시작한 케이블 TV는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현재 200여개 채널에서 스포츠·음악·교육·종교 등을 소재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작·방송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의 색다른 시도는 지상파 채널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예컨대 2008년 시작된 Mnet ‘슈퍼스타 K’를 필두로 지상파는 줄줄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SBS ‘K팝 스타’나 MBC ‘위대한 탄생’ 등은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 속에서도 꾸준히 제작되며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대를 이어갔다. 최근 만개한 1990년대 복고 열풍을 시작한 것도 tvN ‘응답하라 1997’(2012)과 ‘응답하라 1994’(2013)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실버(노년) 예능을 이끈 같은 채널의 ‘꽃보다 청춘’과 ‘꽃보다 누나’,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으며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던 ‘미생’, 하루 세끼를 만들어 먹는 포맷으로 인기 몰이 중인 ‘삼시세끼’ 등은 지상파 시청률을 넘보며 케이블 채널의 미래를 밝히고 있다.

또 금요일 밤 시간대의 드라마 편성(‘응답하라 시리즈’와 ‘미생’)은 KBS ‘금요드라마’에서, 각종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된 연속 편성(한 프로그램의 여러 회 차를 연속으로 이어보게 하는 것)은 지상파 재방송·특별 편성 시간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상파 스타 PD였던 나영석(삼시세끼) 신원호(응답하라 시리즈) 김원석(미생) PD도 비교적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케이블 채널로 자리를 옮긴 후 날개를 달았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3일 “틈새시장을 파고든 케이블 채널이 모바일, 태블릿 PC등 기기의 다양화에 힘입어 방송 시간과 채널을 뛰어넘으며 콘텐츠 자체의 매력을 중시하게 된 현대인들에게 파급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IPTV 맹공격에 맞서는 케이블 TV의 쇄신=그럼에도 케이블 TV는 점차 가열되는 시장 경쟁 속 어려움에 직면했다. 2004년 말 전체의 74.2%에 달하는 1290만 명의 가입자 수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내리막 가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 국내 이동통신 3사가 IPTV 서비스에 뛰어든 것이 위기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통신사와의 결합 할인 등 각종 혜택으로 무장한 IPTV로의 쏠림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현재 1000만 가입자를 넘어선 IPTV에 뒤쳐지는 시나리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에 맞서는 케이블 TV 업계의 ‘환골탈태’ 노력도 뜨겁다. CJ헬로비전이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초고화질(UHD) 방송을 시작했고 올해 2월엔 클라우드 방송을 개시했다. 클라우드 방송은 데이터를 미리 센터에 저장해 놓은 뒤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기존보다 최고 30배 빠른 서비스 속도를 자랑한다. 이외에도 N스크린 동영상 서비스를 TV에서 이용할 수 있는 OTT(Over The Top) 서비스 도입 등 인터넷·모바일 환경에 맞춰 진화 중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는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출범 2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케이블 TV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포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