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구도 자신감? 확 달라진 신동빈 회장… KT렌탈 인수전·면세점 등 공격적 M&A·영토확장

입력 2015-03-03 02:2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최근 왕성한 대외활동에 나서며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신 회장은 외부활동에 소극적이던 과거 이미지를 벗고 전면에 나서 그룹의 주요 이슈를 직접 챙기는 한편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통 큰 베팅을 이끌어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퇴출당한 뒤 ‘포스트 신격호’ 체제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신 회장이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신 회장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사업영역 확장을 주도했다. 롯데는 지난달 KT렌탈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롯데는 초반 열세를 보였지만 신 회장이 막판 1조원이라는 거금을 과감히 ‘베팅’할 것을 주문하면서 승기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최근 면세점 관련 사업에서도 잇달아 영토를 확장했다. 롯데는 지난달 11일 공개된 인천공항면세점 입찰 결과 8개 권역 가운데 절반인 4개를 쓸어갔다. 이에 따라 롯데의 인천공항면세점 매장 규모도 기존(2개 권역)보다 50% 이상 커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제주시내 면세점 운영권까지 지켜내면서 면세점 시장의 강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가 그동안 M&A나 투자에 보수적이라는 평이 많았다”며 “신 회장의 최근 행보는 롯데의 보수적 이미지를 바꿔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4년 10월 롯데 정책본부 본부장을 시작으로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신 회장은 공격적인 M&A를 통해 그룹의 몸집을 키워왔다. 2004년 이후 10년 동안 성사시킨 M&A 건수는 30여건에 육박하고, 이 기간 23조원이던 롯데그룹 매출은 83조원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신 회장의 자심감은 올해 투자액 발표에서도 드러난다. 신 회장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위해 올해 투자액을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대로 설정했다. 롯데그룹이 7조원대 이상 연간 투자액을 설정한 것은 2010년 7조원 투자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투자액은 5조7000억원에 그쳤다.

대외활동도 두드러진다. 신 회장은 지난달 9일 안전모에 방한용 귀마개까지 착용하고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을 찾아 근로자들을 일일이 격려하는 ‘스킨십 경영’ 모습을 보여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주 1회 제2롯데월드 현장을 방문해 안전관련 사안을 챙기겠다”며 잇단 안전사고로 문제가 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책임경영 모습도 보여줬다. 또 지난달 27일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을 초청해 잠실 제2롯데월드와 롯데월드타워 건설현장을 안내하는 등 지난해 10월 개장 이후 지금까지 50명이 넘는 재계·사회 주요 인사들을 제2롯데월드 건설현장에 초청해 안전문제를 직접 설명하며 홍보까지 챙기고 있다.

이외에도 신 회장은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전경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고, 1월 중국 왕양 부총리 방한 당시에는 부재 중인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대신해 오찬을 주관하는 등 과거 ‘운둔의 경영자’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고 있다.

한 그룹 관계자는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올해 93세로 고령인 만큼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진 신 회장이 아버지에게 더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 과감한 투자결정과 기업경영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