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역 국회의원을 대통령 비서로 삼을 수는 없다

입력 2015-03-03 02:40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주 새누리당 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당청 간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에서조차 ‘국회의원의 대통령 비서화(化)’를 비판하는 소리가 적지 않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위헌성 여부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고, 나경원 의원은 “의원들을 세 명씩이나 특보단에 두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의 김영우 의원도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현직 의원이 대통령 특보를 하는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물론 헌법에 들어 있는 내각책임제 요소나 야당과의 소통 등을 위해 괜찮은 인사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 세 명이 청와대 수석들과 나란히 앉아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듣고 이를 정치활동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상당히 비정상적이다. 국회의원 본연의 기능은 행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것이다. 또 삼권분립 원칙에도 어긋난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겸임하다 없앤 것도 다 이 같은 법정신과 정치적 상식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는 민정수석실에 현직 검사를 면직시켜 계속 편법으로 임용하고 있다.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방식이다. 검찰 인사를 틀어쥐고 있는 청와대가 이런 식으로 편법 인사를 강행하고, 이들이 다시 검찰로 복귀해 정권의 의도대로 수사 지휘를 하는 한 검찰의 정치적 독립은 요원하다. 마찬가지로 입만 열면 정치 선진화,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지적하는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비서로 들어가는 것은 퇴행적인 작금의 한국정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고도 당당하게 국회 활동을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특보 인사 직후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언급했던 “정무특보단이 현역 의원들로 채워진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 같은 문제의식에 대해 의총 등을 통해 한번 공개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의 대통령 특보 임명이 과연 삼권분리 원칙을 위배하는 것은 아닌지, 국회법의 겸직 금지에 해당되는 것은 아닌지, 또 우리 정치에 퇴행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진중하게 의견을 나눠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