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비조달도 못해 쩔쩔 매는 무상보육 어찌할 텐가

입력 2015-03-03 02:50
보육료 대란이 다시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놓고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힘겨루기 끝에 교육청들이 몇 달치만 임시로 편성했는데 그게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로 막아놓았던 둑이 우려한대로 순차적으로 터지고 있는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먼저 예산이 바닥난 곳은 광주광역시교육청이다. 광주교육청은 지난해 정부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자 올해 어린이집 예산으로 1·2월치인 120억원만 편성했다. 그것도 유치원 예산 중 2개월분을 쪼개 어린이집으로 돌린 편법이었다. 지난달 26일 이 예산마저 모두 집행한 광주교육청은 학부모들에게 “교육부가 누리과정 예산지원으로 증액한 돈이 내려오는 것을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어린이집과 학부모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무상보육은 국가책임이라고 약속했는데 이게 뭐냐”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광주를 시작으로 서울과 인천, 강원, 전북, 제주도도 3개월치만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해 다음달부터는 예산이 ‘0원’이 된다. 경남은 4개월, 경기도는 4.5개월만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정부와 시·도 교육청 간 누리과정 예산 갈등이 확실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당시 여야는 목적예비비로 어린이집 보육료를 우회 지원하고 부족한 것은 각 시·도 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을 주장하면서 관련 논의는 4월로 미뤄졌다. 설상가상으로 국회에서 이미 통과된 예비비 5064억원마저 이런저런 이유로 시·도 교육청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자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부모들과 어린이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학부모들은 예산이 나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유치원으로 몰리고 있지만 학생 입원이 그리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10개월분의 예산을 확보한 유치원은 이미 모집이 끝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이러면서 어떻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단 말이냐”며 분노하고 있다. 어린이집도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다.

보육 대란이 벌어지면 사회 혼란과 분열이 불가피하다. 언제까지 아이들을 볼모로 논쟁을 벌일 수 없지않는가. 그런 점에서 정부와 시·도 교육감, 여야 등 모든 관계자들은 소모적 기싸움을 반복할 게 아니라 이참에 보육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범국민적 논의기구 구성도 한 방법일 것이다. 대승적 차원에서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 대란을 막을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