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고난과 부활을 묵상하는 사순절(2월 18일∼4월 4일) 기간이다. 작은 십자가나 보랏빛 꽃이 그리스도의 고난을 깊이 묵상하는 안내자가 될 수 있다. 십자가를 손에 쥐고 기도하거나, 고난을 상징하는 보랏빛에서 예수님이 가신 길을 떠올려볼 수 있다. 가정이나 직장, 교회에서 상징적 의미가 담긴 보랏빛 꽃이나 하얀 천을 두른 십자가, 계란모형 전구 등의 소품과 묵상집을 통해 예수님을 깊이 만나보자.
꽃십자가는 인간의 죄를 대신 속죄한 예수를 꽃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말씀의 씨앗이 우리에게 떨어져 단단한 우리 마음에서 ‘구원의 꽃’이 피어났다. 예전 나는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를 묵상하는 것이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어느 날 그 십자가가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고안자 윤소희 비앤엘코리아 대표의 설명이다. 브로치(5×8㎝)와 탁상형(4×9.5㎝)은 조그마하다.
작은 십자가는 집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면 좋다. 손에 쥐고 기도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왕 색동교회는 송병구 담임 목사가 수집한 다양한 소형십자가를 쥐고 기도회를 가진 적이 있다. 김명실 영남신대 예배설교학 교수는 “십자가를 생활공간 여기저기에 두면 말씀을 자주 묵상하게 되고, 십자가를 쥐면 기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교회에서는 상징성 있는 사순절 꽃꽂이로 설교대 주변을 꾸밀 수 있다. 플로리스트들은 고난을 상징하는 보랏빛 꽃, 예수의 보혈을 상징하는 빨강색, 가시가 연상되는 나뭇가지를 자주 사용한다. 서귀포강변성결교회는 짙은 보라색을 띤 아네모네를 사용해 꽃을 꽂았다. 받침대에 덮은 천의 색깔 역시 보라이다. 십자가가 설치된 예배당의 경우 천을 둘러 절기를 표현할 수 있다. 보라색 천은 고난, 빨간 천은 예수의 보혈, 하얀 천은 부활을 상징한다. 최근 십자가에 알파벳 M모양으로 천을 두르는 것은 가톨릭 예전이라는 논란이 있었다. 김 교수는 “단지 장식을 위한 것이라면 자제되어야 하지만 말씀과 연결되는 상징이라면 사용해도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탄절에 성탄 트리가 있는 것처럼, 부활절에 이스터 트리(부활절 트리)를 설치해 부활의 기쁜 소식을 주위에 전할 수 있다. 계란모형의 전구를 교회 외부 벽걸이용과 실내 트리 장식용 등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 국민일보와 하이패밀리는 계란에 담긴 생명력의 의미를 살려 진정한 부활의 소망을 전하는 이스터 트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특별한 기도와 경건 훈련(QT)을 원한다면 사순절 묵상집을 펼친다. 세계적 신약학자 톰 라이트의 ‘사순절 매일 묵상집: 마가복음’은 사십 일간 마태복음을 매일 조금씩 읽고 기도하도록 도와준다. 영국 성공회가 2010년부터 사순절 전 교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경 읽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라이트가 희랍어 성경을 직접 번역한 뒤 압축된 설명과 짧은 기도문을 썼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성경과의 접촉점, 특히 성경의 주인공인 예수와의 접촉점을 찾고 싶어 한다”며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묵상하는 일은 가정과 직장에 힘을 불어넣는 훌륭한 길”이라고 말한다.
주요 교단에서도 사순절 묵상집이 나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는 ‘사순절의 깊은 묵상’, 한국기독교장로회는 ‘돌이 무덤에서 옮겨졌다’를 올해 각각 냈다.
강주화 기자
사순절, 깊은 묵상 동반자… 꽃십자가·소형십자가·꽃꽂이·묵상집·이스터 트리
입력 2015-03-04 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