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시간을 정지시킨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피 흘릴 때. 하나님을 ‘비로소’ 바라볼 무렵. 고통 속에 꽃이 피어난 순간. 서서히 상처를 치유할 즈음. 기쁨 속에서 춤추고 있는 날. 갤러리 아트센터피플러스는 13일까지 ‘콜 레가’라는 제목으로 크리스천 아티스트 5인 초대기획전을 연다. 콜 레가는 히브리어로 모든 순간이란 뜻이다. 예수의 고난을 우리 삶에 비춰볼 수 있다.
이경림의 ‘그가 찔림은’(사진①)은 한 여인이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몸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예수의 고통을 슬퍼하고 있는 것 같다. 작품에는 성구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사 53:5)’가 쓰여 있다. 이 작가는 “초월자로 오신 그 분의 이야기를 내 삶에, 내 소박한 그림에 표현했다”고 했다.
고통의 시간 뒤에 ‘꽃’이 핀다. 장성원 작가의 ‘달리아’(②)는 약 2.5㎝ 두께의 소나무에 그린 것이다. 활짝 핀 꽃이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봤다. 장 작가는 “시련 속에서 피어난 꽃이 아름답고 진한 향기를 뿜듯 우리도 삶도 그렇게 활짝 핀 아름다운 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크리스천이 없는 가정에서 힘들게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우병출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내게 있어 가장 큰 고통의 기억은 하나님을 아무리 찾고 불러 봐도 찾을 수 없을 때였다”고 회고한다. 고통의 터널을 지나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는 ‘seeing’(③)이라고 제목을 달았다. 서울 반포대교 남단 부근에서 남산을 바라본 모습이다. 두란노서원의 ‘빛과 소금’ 간판이 보인다. ‘제가 다시 하나님을 잃어버리지 않겠습니다. 계속 바라보겠습니다, 하나님, 나를 잊지 말고 지켜봐주세요’라는 마음이다.
권진우의 ‘Healing’(④)은 전신에 붕대를 감은 사람이 의자에 걸터앉아 오른 손을 올린 형상이다. 손 위에는 빨간 나비가 앉아 있다. 권 작가는 “난 열두 살 무렵 하나님의 존재를 의심했다. 10여 년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믿어야 보이고 보여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긴 ‘신앙의 성장통’이었던 것 같다. 인형에 붕대를 감으면서 이 상처를 치유해 가고 있다”고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이 세대가 공감할 모습이다. 그는 인형을 자신이라고 했다. 빨간 나비는 그가 만난 예수의 사랑이 아닐까. 안동 출신인 20대 신진 권 작가는 고향에서 공부한 뒤 작업 중이다. ‘안동 총각’의 봄나들이 전시다.
하나님을 만나면 기쁠 것이다. 정혜레나의 ‘joyful’(⑤)은 그런 기쁨을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정 작가는 언젠가 “살아 있는 동안 하나님을 만나 자신을 다 벗을 수 있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자아’라는 옷을 벗고 타인을 만나면 세상에 평화가 올 것이다”라고 말한 적 있다. 정 작가는 강원도 홍천 동면교회 박순웅 목사의 사모이기도 하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아트센터피플러스 제1·2전시관에서 5인의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02-549-0311).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고난·치유·사랑으로 이 봄에 오신 예수님… 크리스천 아티스트 5인 초대기획전 ‘콜 레가’ 13일까지
입력 2015-03-04 02:08 수정 2015-03-04 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