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정태] 9시 등교제

입력 2015-03-03 02:10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신선한 울림이었다. 지금은 정계에서 은퇴했지만 2012년 6월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당내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면서 약속한 말이다. 단순히 노동시간 단축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복지를 통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꿈이었다.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시적 언어가 가슴에 와 닿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아침이 있는 삶’. 학생들의 여유로운 아침을 추구하는 게 ‘9시 등교제’다. 입시경쟁에 매몰된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수면을 취하고 아침식사도 거르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취지다. 학생 중심이라는 점에서 ‘저녁이 있는 삶’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 관내 초·중·고교에서 처음 시행됐다. 학교 참여율은 시행 당시 90%에서 현재 97%를 넘어선다.

무엇보다 이런 변화가 학생 건강과 가정·학교생활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있다니 다행이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의 연구 결과, 수면시간은 7∼31분 증가했으며 매일 아침식사를 한다는 비율도 평균 8% 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에서의 대화시간도 늘어났고 마음에 여유도 생겼단다.

이 정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2일부터는 서울 인천 등에서도 9시 등교가 시작됐다. 초등학교는 다수가 동참하고 있으나 중·고교의 경우 아직 동참 비율이 낮다. 아이를 조기 등교시켜야 할 맞벌이 부모를 위해 돌봄 프로그램도 정상 운영됐다. 물론 첫 시행에 따른 혼선도 있고 맞벌이 가정의 불만도 작지 않다.

하지만 9시 등교제는 학습 부담이 과도한 우리 청소년들의 비정상적 교육 방식을 정상화하는 것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조금 더 자고 아침도 먹고 나온 학생들의 표정은 밝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에게 행복이 넘치는 학교를 돌려주는 것이 어른들의 책무다. 그런 만큼 일부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 안착에 힘을 기울이는 게 순리가 아닐까.

박정태 논설위원 jt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