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9) 아카데미상 유감

입력 2015-03-03 02:20
에디 레드메인(왼쪽)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은 영국 출신 에디 레드메인에게 돌아갔다. 33세의 ‘신예’에게는 대단한 영광이다. 사실 어떤 배우에게든 오스카 주연상은 최상의 영예다.

그러나 아카데미상은 그 무게감으로 인해 속박의 굴레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 예가 85년에 수상한 F 머레이 에이브러햄. 그는 ‘아마데우스’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기 덕분에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나 오히려 그 탓에 앞길이 막혀버렸다. 이전까지 그는 조연급 배우로서 악당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오스카상을 받은 뒤에는 멋진 주연급 역할을 기대하는 자타의 압력으로 인해 자유로운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물론 레드메인은 에이브러햄과 다르다. 레드메인이 만일 ‘오스카의 함정’에 빠진다면 78년 수상자 리처드 드레이퍼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레드메인처럼 31세의 젊은 나이에 상을 받은 드레이퍼스는 벼락출세에 치여 허덕이다가 간신히 재기에 성공했다.

그렇게 보면 아카데미상이 경력이 일천한 젊은 배우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 아카데미상은 본질적으로 ‘업적상’이 아니라 ‘연기상’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젊은 배우들의 앞날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특히 한두편의 작품에서 보여준 ‘반짝 연기’가 아니라 좀 더 긴 기간을 두고 ‘평균적인 연기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을 통해 상이 주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