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 군대 유격훈련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악”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진다. 선수들의 얼굴엔 구슬땀이 줄줄 흐르고, 유니폼엔 흙이 잔뜩 묻어 있다. 지옥훈련은 하루에 13시간 동안이나 이어진다. 승리에 굶주린 독수리들의 눈빛이 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1일 이틀 동안 야신 김성근(73)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화의 훈련 현장을 찾았다. 먼저 1일 훈련 스케줄을 살펴봤다. 타자조의 경우 오전 6시 30분 아침 식사를 하고 오전 8시부터 훈련이 예정돼 있었다.
선수들은 오전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며 배팅 훈련과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오후에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었지만 선수들은 체력을 비축할 생각도 하지 않고 퍼붓는 빗속에서 온몸을 내던졌다. 비가 계속 내려 연습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그러자 내야수 이창열(24)이 “꼭 연습경기을 해야 한다”며 하늘을 쳐다봤다. 지옥 같은 오후 훈련보다 연습경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었다.
이창열의 바람대로 이날 LG와의 연습경기는 이뤄졌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새 둥지를 튼 투수 배영수(34)는 이전 팀에 비해 훈련량이 어떠냐고 묻자 “엄청 많다”며 손사래를 쳤다. 실제 다른 구단의 하루 전지훈련 시간은 6시간 정도다.
앞서 한화 선수들은 전날에도 꼭두새벽에 일어나 운동장으로 향했다. 오후 4시30분쯤 오후 훈련이 끝나자 김 감독은 갑자기 주장 김태균(33)과 이창열, 강경학(23)을 호출했다. 그리고 인근 보조구장으로 가 직접 펑고(수비연습을 위해 배트로 공을 쳐주는 것)를 쳤다. 오키나와에서 김 감독이 배트를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불과 10여분 만에 선수들의 얼굴은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고, “악” 소리를 내며 펑고에 몰두했다.
김 감독은 “앞으로 나와서 받으란 말이다”며 연신 선수들을 다그쳤고, 선수들은 이를 복창하며 몸을 날려 공을 받아냈다. 김태균이 공을 놓치자 “낚시 하느냐? 춤추느냐? 네가 봐도 웃기지 않느냐”고 타박했다.
김 감독은 약 1시간 동안 500개의 펑고를 날렸다. 펑고가 끝난 후 김 감독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고, 선수들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오후 훈련이 마쳤다. 그런데 선수들은 숙소에 복귀하지 않고 또다시 타격·주루훈련을 했다. 한화 훈련 스케줄에는 저녁 식사시간이라는 문구만 있을 뿐 정확한 식사시간이 없다. 이창열은 “어제는 간단히 피자만 먹고 야간 훈련을 했다”면서 “두 시간 가량 야간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서 김재현(40) 타격 코치와 함께 방에서 배트를 잡고 타격 자세를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아직 우리는 겨울”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기량이 쉽게 올라오지 않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오키나와에서 김 감독의 ‘지옥훈련’을 묵묵히 받아내며 야구 인생의 봄날을 꿈꾸고 있다.
오키나와=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한화 이글스 오키나와 전훈지를 찾아서-‘야신’식 지옥훈련] 독수리들, 독기… 13시간 훈련 ‘악소리’
입력 2015-03-02 02:44 수정 2015-03-02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