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인상이 민심을 뒤숭숭하게 만든 가운데 담배회사와 유통소매점의 배만 불려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정부는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흡연자 건강증진을 이유로 담뱃값을 2000원(2500원 담배기준) 인상했다. 이로 인해 하루 1갑 흡연자 기준으로 1인당 연간 70만원의 추가 세금 부담이 발생하고 정부 입장에서는 연간 2조8000억원의 세수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이번 담뱃세 인상을 계기로 담배회사와 담배유통소매점의 출고가 및 유통마진을 한 갑(20개피) 당 232원씩 더 늘려줘(인상 후 1182원) 금연단체 등의 많은 반발을 야기하기도 했다. 원가나 유통 비용 등 인상 요인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값을 인상해 담배회사나 유통소매점에 이익을 더 얹어 주는 것은 금연정책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담뱃값 인상으로 2조8000억원의 세수가 확대될 것을 전제로 출고가 및 유통마진을 인상할 경우 기존의 담배회사로서는 매년 3248억원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추산했는데 논란이 커지자 당시 보건당국은 담뱃갑에 경고사진 도입 등의 비용 상승요인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2개월이 지난 지금 담뱃갑 경고그림 변경 등은 진행되지 않아 그 인상분은 고스란히 담배회사와 유통소매점의 이익으로 돌아가게 됐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각각 월 270억원(3248억원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씩 수익을 올린 것이다. 2013년 기준 국내 담배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 KT&G만 집계했을 때 2개월간 324억원의 순수익이 늘어나는 것이고, 흡연율이 절반으로 줄었다 해도 2개월간 162억원의 순수익을 올리게 된 것이다. 2014년 KT&G(종속회사를 제외한 단독 실적)의 순이익은 7470억원으로 전년대비 49% 증가했다.
KT&G 관계자는 “포장을 변경하는데 아무리 빨라도 몇 개월이 소요된다. 지난해 12월에야 인상가격이 결정됐기 때문에 포장을 변경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유통마진도 인상됐다. 일례로 이전에 1갑당 유통마진이 250원이었다면 지금은 430원으로 비용이 크게 증가해 유통업체들의 판매수익이 연간 2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게 담뱃값 인상이 담배회사와 유통소매점의 매출을 올려주고 있지만 정부가 추진한 금연정책은 정책이 아닌 정치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설 연휴 정치권에서는 담뱃값 인상으로 서민들의 가계부담이 늘었다며 새누리당은 저가담배를, 새정치민주연합은 봉초담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금연정책에 역행하는 발언이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이 같은 내용이 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흘려듣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조민규 기자
이해 못할 담뱃값 인상… 제조사·소매점 앉아서 무려 월 270억원씩 수익
입력 2015-03-02 0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