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뜨겁다. ‘월세 살기 싫으면 빚내서 집 사라’는 구호로 압축되는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현재까지는 먹혀드는 추세다. 1∼2월은 전통적인 이사 비수기이지만 이례적으로 올해 들어 1∼2월 모두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도 기록적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부동산 거품은 붕괴될 것이라는 경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급격히 늘어난 부채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제한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후끈 달아오른 부동산=지난달 부동산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각종 지표가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모두 8144건으로 2006년 같은 조사가 시작된 이후 2월 거래량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지난해 2월의 7834건보다 310건 늘었다.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1월 거래량 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두 달 연속 기록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올해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100만5000건)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하면서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KB국민은행 조사 결과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로 1998년 12월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69.96%에서 지난 1월 70.2%로 70%를 돌파한 뒤 2월에 다시 0.4% 포인트 상승하며 두 달 연속 70%를 웃돌고 있다. 2013년 4월의 63.3% 이후 22개월 연속 상승세다.
한국감정원은 2월 전국 주택 매매가가 전월 대비 0.20%, 전세가는 0.33% 상승했다고 밝혔다. 수도권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매매가는 전월의 0.13%보다 0.11% 포인트 높아져 0.24% 올랐고, 전세가 상승률은 전월의 0.36%와 비교해 0.14% 포인트 높은 0.5%였다. 특히 수도권 매매가격의 경우 7개월 연속 상승 기록이다.
이처럼 연초부터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전세의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품귀 현상에다 강남권 재건축 이주까지 겹치며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대거 내 집 마련에 나선 영향이 커 보인다.
또 디딤돌대출 등 정부의 저금리 대출 확대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낮아진 점, 재건축 규제 완화 등 부동산 경기 부양책으로 집값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택 구매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부채도 덩달아 급증=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316조4539억원에서 지난달 말 31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만 3조4481억원이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8.2배에 이르고 1∼2월 증가액으로 따지면 사상 최대다. 지난해 1월에는 7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7650억원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9613억원 증가했다.
1월에는 연말 상여금 등으로 대출금을 갚는 사람이 많고 추운 날씨에 이사 수요도 적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감소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부터 주택대출 수요가 강하게 일어나면서 비수기를 무색케 했다. 2월에는 2조4868억원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2월 증가분(1조188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지난해 봄 이사철 성수기보다도 많은 증가액이다. 지난해 3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조5616억원, 4월은 2조2667억원, 5월은 1조7715억원이었다.
지난해 근로자 실질임금 상승률은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1.3%에 불과했다. 반면, 가계부채는 2013년 말 962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29조3000억원으로 늘어 6.9% 급증했다. 지난해 가계부채 증가율이 실질임금 상승률의 무려 5배에 달한 셈이다. 이처럼 소득 정체에도 불구하고 빚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가계가 씀씀이를 대폭 줄일 경우 우리 경제는 심각한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
이런 와중에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비수도권 주택가격에 거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택시장의 수도권-비수도권 디커플링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가격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나타난 최근 비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세 확대가 주택거품 형성, 가계부채 확대, 구조적 소비위축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규제 완화, 저금리 주택금융상품 공급으로 비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됐고 부동산 거품 관련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 연구위원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수도권 주택시장의 조정 없는 상승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과는 차별화된 정책접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정수 유성열 기자 jsun@kmib.co.kr
[이슈분석] “빚내 집 사자” 거래량 두달째 사상최대… 부메랑 우려
입력 2015-03-02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