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산체스 같은 특급선수 다시는 못보나… 배구 외국인 선발 제도, 트라이아웃으로 변경

입력 2015-03-03 02:06

치솟는 용병 비용, 토종 공격수 양성. 두 마리 토끼를 쫓기 위한 프로배구의 제도 개혁이 시작됐다. 바로 외국인 선수 계약방식을 자유계약제에서 트라이아웃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현재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영입은 순전히 각 구단 개인플레이다. 국내외 에이전트를 통해 선수를 수소문, 다른 구단 모르게 선수들을 뽑는다. 연봉 상한선이 28만 달러로 규정돼 있지만 이를 지키는 구단은 없다. 용병의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지난 10년간 8번이나 우승한 삼성화재를 거울삼아 각 팀이 경쟁적으로 세계정상급 용병 공격수를 데려오기 때문이다. 이미 연봉 100만 달러를 넘어서면서 한국 프로배구는 전 세계 배구선수들에게 가장 관심 있는 리그로 인식돼 있다.

우선 2015-2016시즌부터 여자부가 트라이아웃을 시행한다. 희망자들을 일정 기간 한 장소에 모아 연습게임을 통해 기량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정해진 순서에 따라 원하는 선수를 지명하는 방식이다. 이미 국내 프로농구에서 이 방식으로 용병을 선발하고 있다.

여자부 트라이아웃은 오는 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개최된다.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이 몰려 있는 미국 국적의 21∼25세 대졸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경험자가 대상이다. 1∼3순위는 15만 달러, 4∼6순위는 12만 달러로 기본 계약 조건이 정해진다. 단, 승리수당은 구단 자율이다. 반면 남자부는 2016-2017 시즌부터 실시한다. 전 세계 선수들이 대상이라는 점이 다르다.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연봉이 적게는 30∼40만 달러, 많게는 40∼50만 달러로 예상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당장 배구팬들은 시몬(OK저축은행) 산체스(대한항공) 아가메즈(전 현대캐피탈) 같은 세계최고 수준의 공격수를 안방에서 볼 수 없게 된다. 지금보다 연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만큼 한 단계 떨어지는 선수가 올 것이 자명하다.

대신 토종 공격수들의 공격비중이 커진다. 지금처럼 용병에게 공격점유율 50∼60%를 부담지우는 상황에서 토종 공격수는 항상 보조 공격수에 머물렀고, 토종 에이스는 사실상 종적을 감췄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토종 공격수의 공격 기회가 들면서 국제대회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사실 2005년 프로배구가 실시된 뒤 한국배구의 국제경쟁력은 되레 퇴보했다. 남자 대표팀은 2006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후 두 차례 아시안게임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자 대표팀도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0년 만의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경쟁국인 중국, 일본이 일정이 겹쳤던 세계선수권대회에 1진을 파견했기 때문에 다소 싱겁게 따낸 우승이었다.

용병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팀간 전력 평준화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금처럼 특급 용병에 의존해 다년간 정상에 머무는 사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각 팀이 용병에게 지출됐던 비용을 2군 리그 육성과 아마추어 육성에 힘을 쏟아야만 한국배구의 미래도 보장될 수 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