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deep] 244명 계약해지, 왜… 강원랜드 대량해고 사태 정부 ‘이율배반’ 탓

입력 2015-03-02 02:20

지난달 설 연휴 직전 강원랜드는 2년 가까이 일한 계약직 288명 중 152명을 해고했다. 이달 중에는 또 다른 계약직 사원 177명 중 92명에게도 계약해지를 통보할 예정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말만 믿고 2년 가까이 비정규직으로 일해 온 탄광촌 청년 244명이 졸지에 실업자가 된 셈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 보도자료에서 2015년 강원랜드 신규채용 규모를 518명이라고 밝혔다. 강원랜드 측은 이 518명에는 이번에 해고되는 244명이 포함된 숫자라고 설명했다. 불과 4개월 만에 200명이 넘는 청년의 신분이 공공기관 ‘예비 정규직’에서 실업자로 전락했지만 공공정책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낸 주체는 우리가 맞지만 518명의 내역은 모른다”고 발뺌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해온 정부의 말과 행동은 이율배반적이다.

◇강원랜드 대량 해고의 이면=기재부는 매년 11월 각 공공기관의 다음해 정원을 결정한다. 강원랜드는 기재부가 2013년 협의 당시 2014, 2015년 두 해에 걸쳐 정원을 676명 늘리는 방안을 약속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가 강원랜드 카지노 영업장 증설을 허가함에 따라 인력 증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 약속대로 기재부는 지난해 강원랜드 정원 337명을 증원했고, 강원랜드는 올해도 나머지 인원을 증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기재부가 지난해 11월 올해 강원랜드 증원 인력수를 45명으로 결정, 통보했다. 강원랜드 측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원 외 인원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계약직에게 해고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1일 “45명은 경영 상황 등 다양한 요건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소 말로만=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공공기관 비정규직 축소’를 위해 정부는 2013년부터 3년간 1만1784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내년부터는 원칙적으로 각 공공기관이 정원의 5% 내에서 비정규직을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의 홍보와 현실은 다르다. 공공기관의 경영정보 공시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304개 중앙 공공기관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은 16.8%에 달한다. 해고 위험은 없지만 처우는 비정규직과 똑같이 열악한 무기계약직을 포함시키면 이 비율은 22.8%로 올라간다. 여기에 정원에 잡히지 않는 용역·파견업체에서 간접 고용된 ‘소속 외 인력’ 6만2887명을 합칠 경우 46.7%로 치솟는다.

◇‘일자리 창출’과 ‘경영 평가’의 모순=이처럼 정부의 목표와 현실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공공정책의 모순 때문이다.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매년 이뤄지는 경영 평가에서 인건비를 규제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효율화는 여전히 주요한 공공기관 평가 항목이다. 특히 공공기관의 인건비를 규제하는 총인건비제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총인건비제는 기재부가 각 공공기관의 인건비 예산 총액을 결정하고, 각 공공기관이 이 예산 안에서 인력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각 공공기관별로 정원이 정해지고 이에 따라 총인건비가 산출되는 형식이다. 기재부가 정한 총인건비보다 공공기관이 예산을 더 사용하면 그 기관은 인건비 사용 항목 평가에서 0점이 된다.

즉 기재부의 공공기관 평가에서 나쁜 평가를 받으면 정원과 인건비 총액이 줄어들게 되고, 해당 공공기관은 정규직을 뽑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총인건비제 규제 때문에 인건비 규제를 받지 않는 용역·파견 인력 등 ‘소속 외 인력’을 늘리는 부작용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기관 정규직이 자기 ‘밥그릇’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인건비 규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비정규직 확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현재는 정부가 성과, 경영 효율화 위주로만 공공기관을 평가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노동시장 개선에 대한 평가가 강화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