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으로 교사의 꿈을 이룬 편도환(25)씨는 교편을 잡게 된 서울 수락중학교를 ‘혁신학교’라고 소개했다. 옆에 있던 김지민(27·여·서울 경복고) 교사가 “어떻게 다르냐”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자 박은정(24·여·서울 금양초) 교사가 거들었다. “문제풀이보다 토론 수업을 많이 한다던데요. 준비 많이 하셔야겠어요.”(웃음)
2015학년도 새 학기가 2일 입학식과 함께 시작된다. 각급 학교에 배정된 ‘새내기’ 교사들도 첫 출근을 한다. 이들은 어떤 각오를 다지고 있을까. 힘겨운 임용고시를 통과한 세 선생님을 지난 27일 만났다.
먼저 교사가 된 이유를 물었다. 편 교사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선천성 백내장으로 고교 1학년 때 실명했다. 맹학교로 옮긴 뒤 좌절했지만 차분한 성격을 눈여겨본 학교 관계자들의 권유에 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았다. 교재 한 권을 음성과 점자로 바꾸는 데만 한 달이 걸렸다. 비장애인의 두세 배 노력을 쏟아 부었다.
다른 두 교사는 지인의 권유로 교직을 택한 경우였다. ‘안정적인 좋은 직장’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는데, 교생 실습 후 ‘좋은 스승’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한다. 김 교사는 “개별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참 따뜻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담배도 끊고, 아침을 꼭 챙겨먹기로 한 약속을 지키려는 아이들에게 감동받았어요”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대학시절 교내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 미네소타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했다. 그는 “실수투성이 수업이었는데 웃고 박수치는 아이들을 보며 한평생 헌신할 곳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스승에 대해 물었다. 편 교사는 ‘잘 듣는 교사’라고 했다. 그는 “시각 대신 청각으로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묵묵히 들어주며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겠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기다려주는 스승’이었다. 공부만 하려면 학원에 가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되지 굳이 학교 올 필요가 없다. 조금 뒤처지는 아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가정환경 등으로 상처를 입은 학생도 많다. 이들을 보듬고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는 게 ‘진짜 교사’라고 그는 말했다. 박 교사는 ‘원칙을 가진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학생과 서로 약속한 걸 지키는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활하는 법을 안내하고 싶어요.”
첫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김 교사는 ‘인생 곡선’을 준비했다. 힘들었던 자신의 수험생활을 물결로 보여주며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이렇게 많은 난관을 거쳤다”고 소개할 생각이다. 박 교사는 ‘타임캡슐’을 구상 중이다. 자신이 고치고 싶은 습관이나 이루고 싶은 꿈을 적어 학교 근처에 묻었다가 1년 뒤 개봉하는 것이다. 편 교사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외우는 데 집중할 계획이란다.
“입시 위주이긴 해도 교육은 희망입니다. 교단이 무너지면 사회가 무너집니다. 훌륭하게 학생을 키워내는 교사가 되겠습니다.” 편 교사의 말에 다른 두 선생님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도 교육은 희망… 훌륭한 학생 키워낼 것”… 첫 출근 앞둔 새내기 교사 3인의 각오와 희망
입력 2015-03-02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