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서 의사 자격 따고도 수의학과 편입한 이예나씨 “이제 진짜 꿈 찾아왔어요”

입력 2015-03-02 02:29

“남들이 선망하는 길보다 제가 원하는 길을 가고 싶었어요. 그래야 행복하니까요.”

올해 건국대 수의학과 본과 1학년에 편입한 이예나(27·여·사진)씨는 ‘의사 면허’ 소지자다. 지난해 2월 고려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본과 4년 과정을 마치고 국가고시도 통과했다. 많은 이가 부러워하는 의사 생활이 시작되려는 참에 다시 수의학을 공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어려서부터 품어 왔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씨는 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막상 의대에서 공부를 해보니 저는 사람보다 동물의 생명을 다루고 싶었다는 걸 깨달았다”며 “더 늦기 전에 원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걸어온 길은 뭐든 잘하는 사람을 비유해 일컫는 ‘엄친딸(엄마 친구 딸)’을 연상시킨다.

이화여대 생명과학과에 다닐 때 장학금을 다섯 번이나 탔고, 7학기 만에 조기 졸업했다. 의사인 아버지의 기대에 따라 2010년 고려대 의전원 의학과에 입학했다. 지난해 2월 의사 면허까지 취득했는데, 이씨는 “왜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고 있을까란 생각에 늘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고 했다. 결국 인턴·레지던트 생활 대신 수의대 편입학을 결심했다.

주변에선 말렸다. 부모님은 “왜 편하고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려운 길을 가려 하느냐”고 걱정했다. 이씨는 “‘의사가 되라는 것도 나중에 행복하게 살라는 뜻 아니냐. 수의대에 가서 진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