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밑 대화로 대일·대북 관계 정상화 모색하라

입력 2015-03-02 02:30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어김없이 일본 및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일본에 대해서는 역사적 진실 인정과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명예회복, 북한에 대해서는 핵개발 중단과 이산가족 상봉을 촉구했다. 문제는 이런 메시지가 3년째 대동소이하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과 광복 70주년을 맞는 해여서 다소 특별한 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밋밋하긴 마찬가지다. 이는 현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별다른 카드를 내놓기가 마땅치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실 한·일 및 남북 간 관계개선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거듭된 과거사 도발과 북한의 이해할 수 없는 고집 때문이다. 그들이 국제적 고립을 각오하면서까지 우리의 관계개선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적인 제안을 공식적으로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우리가 끝없이 양보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불편한 관계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복잡다단한 국제관계에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공식적인 접촉과 대화를 모색하는 수밖에 없다. 공식적인 협상을 통해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게 최선이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물밑 대화를 강구하는 것은 외교의 기본이다. 비공식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당국자들이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훗날 역사는 당연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다. 비공식 접촉에는 민간인도 동원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1965년 6월 조인된 한·일 기본조약의 경우 겉으로는 공식 외교라인의 작품이지만 양국 최고 권력자의 위임을 받은 밀사들의 막후협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 출신 인맥을 동원하지 않았다면 타결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학자들의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한·일 간에는 이후에도 비공식 채널이 지속적으로 유지됐으나 노무현정부 때 사실상 해체됐다. 이명박정부 이후 한·일 관계가 최악의 경색국면을 맞이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5월 희망하는 미 의회 연설과 8월 ‘종전 70주년’ 기념 담화에 침략사를 분명하게 반성하는 내용을 담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선라인 동원이 불가피하다. 이번 기회에 아베 총리로부터 의미 있는 발언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한·일 관계 정상화는 상당기간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도 비공식 접촉은 일정부분 필요하다. 중단된 대화채널조차 복원하지 못한 상황에서 크고 작은 제안을 공개적, 반복적으로 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대북정책이 지난 2년간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색다른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