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심상찮다. 지난해 말 1089조원을 기록한 가계부채 잔액은 최근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급등세가 걱정이다. 국민, 신한은행 등 7대 시중은행의 지난 1∼2월 주택담보대출은 3조4481억원이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8.2배로 1∼2월 증가액으로는 사상 최대다. 통상 이 시기가 대출 비수기인 점을 감안한다면 너도 나도 돈을 빌려 집을 사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음을 방증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가계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 규모였던 2011년 73조원을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계부채가 느는 것은 불가피하다. 다만 규모가 문제다. 빚이 과도하면 당장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돼 경제 활력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내수 침체가 발목을 잡고 있는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다. 최악의 경우 금융위기 당시 미국처럼 금융회사들이 직격탄을 맞아 경제 전반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
정부는 지난 26일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다소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위험 수위에 육박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가계의 부채 감당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13년 기준 한국은 160.7%로 미국(115.1%)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7%)을 크게 상회한다. 특히 정부가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지속하는 한 가계부채는 앞으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조만간 ‘관리 불가’ 수준에 이를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총량을 줄이는 것이다. 지금처럼 전환대출 등을 통해 대출구조를 개선하거나 금융회사의 자본 대응력을 확충하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다소 배치되더라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고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을 축소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써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를 지나치게 걱정해서도 안 되겠지만 섣부른 낙관이나 어설픈 희망을 품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가계부채는 자칫 우리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핵폭탄급 뇌관이기 때문이다.
[사설] 가계부채 총량규제 적극 고려할 때 됐다
입력 2015-03-02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