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 형제가 일으키는 파장의 근원은 2010년 1월 21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법원은 보수주의 단체 ‘시티즌즈 유나이티드(Citizens United)’와 연방선거위원회가 맞붙은 소송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연방대법원은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법인(단체, 노조, 민간기업 등)도 자연인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견 표출에서 동등한 법적 권리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노조도 돈을 모아 후보를 지지하는 정치 광고를 낼 수 있고, 기업도 할 수 있는데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 판결의 파괴적 영향은 금방 드러났다. 노조 가입률이 급락하면서 노조의 자금력은 갈수록 쪼그라드는 데 반해 민간기업은 천문학적인 자금 동원력을 보유한 현실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의 시티즌즈 유나이티드 판결 후 코크 형제의 자금을 정치단체에 배분하는 역할을 해온 숀 노블은 “이번 판결은 미국 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분수령”이라며 “일부 비판자는 이 판결이 정치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정치는 원래 더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결로 소득 상위 0.01%의 억만장자들이 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를 조직해 자신의 이념과 성향에 맞는 후보에게 무한정으로 지원을 퍼붓는 게 현실이 됐다. 이들 슈퍼팩의 자금력은 민주당이나 공화당 자체의 모금 능력을 능가하는 괴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억만장자가 지원한 후보가 당선되고, 이 후보들은 지원자에 유리한 정책 입안과 로비로 보답해 억만장자들에게 다시 부가 쏠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됐다는 지적이다.
물론 민주당에도 코크 형제보다는 액수는 적지만 억만장자 기부자들이 있다. 특히 코크 형제와 대척점이 선 이가 헤지펀드업계 거물 톰 스테이어(57)다. 그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기후변화 입법을 찬성하는 후보자들에게 1억 달러(약 1099억원)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환경보호 입법에 찬성하는 이들이 대부분 진보 성향이라는 점에서 대부분 민주당 후보들이 혜택을 입었다.
특히 스테이어는 화석연료 등 원자재에 집중 투자했으나 ‘심적 변화’를 일으킨 뒤 모든 화석연료 관련 개인지분을 처분해 코크 형제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하지만 지원 규모나 이념의 철저함 등에서 코크 형제에 미치지 못한다. 이 밖에 민주당의 돈줄로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조지 소로스 등이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월드 이슈] 美 ‘코크 신드롬’ 파장 근원은… 5년 前 대법 판결 이후 억만장자들 천문학적 액수 퍼부어
입력 2015-03-03 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