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IS와 스포츠

입력 2015-03-02 02:10

소치올림픽 피겨 남자싱글 금메달리스트 하뉴 유즈루는 오는 23∼29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장기나 ‘JAPAN’ 마크가 들어간 유니폼을 입지 않을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일본인을 노리는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다.

일본 체육계는 올 초 IS(이슬람국가)가 일본인 인질 2명을 살해한 이후 선수들의 안전 문제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아베 정권이 인질 사태 이후 자위대의 해외 파견을 추진하는 등 테러 리스크가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본 경기단체들은 최근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스포츠 대회에 자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지난 달에는 카타르 탁구 오픈 등 6개 대회에 선수 를 파견하지 않았고, 3월 중 이집트에서 열리는 근대5종 월드컵 2차 대회도 불참키로 했다. 월드컵 대회의 경우 내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몇몇 선수들은 자비로 출전하겠다고 요구했지만 일본근대5종협회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 아래 불허했다. 이외에 일본 체육단체들은 국제 대회에 나가는 선수들에게 외출을 삼가도록 지시하는 한편 일본 대사관과 꾸준히 연락하도록 했다. 얼핏 일본 체육계가 지나치게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2월 일본 선수들이 불참한 중동 지역 대회들에선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3년 2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을 떠올리면 일본 체육계가 예민하게 구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스포츠 경기장은 테러의 주요 대상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경기단체들이 테러 문제에 너무 무심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미국의 IS 공습에 직접 동참하지 않았던 간접 지원국 일본도 타깃이 됐다는 점에서 한국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선수들에게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등 경각심을 일깨울 필요가 있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